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이 재앙으로 번질 조짐이다. 작년 말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개월도 안 돼 중국에서만 4515명(28일 0시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확진자가 집계됐다. 27일 하루 동안에만 1771명 급증했다. 사망자도 106명이다. 확진자는 중국을 넘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한폐렴 전파 속도는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해 중화권을 휩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보다 몇 배나 빠르다.
벌써 경제도 쇼크 상태에 빠져들었다. 설 연휴가 끝나고 28일 개장한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200선이 무너진 채 출발해, 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나 급락한 2176.72로 마감했다. 거의 패닉 수준이다. 국고채 금리가 내리면서 채권값도 급등했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8.0원 오른 1176.7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사스 때 이상일 것이라는 공포가 지배하는 양상이다.
해외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과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1.5% 이상 폭락했다. 우한폐렴이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글로벌 생산기지인 중국의 공장 가동이 잇따라 중단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면서 생산 차질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우선 중국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전반적인 소비 부진과 경기 후퇴로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5%대 후반으로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의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사태가 단기간 내에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다. 기대를 걸었던 수출 회복에 제동이 걸리고, 중국 관광객 감소로 여행, 항공, 유통업에의 타격이 커진다. 국내 소비 또한 더 가라앉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따른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로 투자도 살아나기 힘들다.
연초부터 우리 경제에 중첩된 위기가 덮쳐오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초비상이다. 2003년의 사스 때만 해도 수출과 소비 감퇴로 그해 경제성장률을 0.25%포인트 정도 떨어뜨린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목표한 올해 2.4% 성장에도 벌써 먹구름이 가득하다. 정부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민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으로 질병의 국내 확산을 막는 것 말고, 경제 피해를 방어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도 없다. 먼저 시장의 공포부터 완화시키는 게 급선무다. 경기를 떠받치고 경제활력을 살리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