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행장 오리무중, 청와대 개입설 솔솔...손태승 회장 거취 문제도 작용
금융권 인사를 두고 정권개입설이 불거지면서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현 정부에서 3대 국책은행장이 모두 관료 출신인데다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에도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두 차례나 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연기한 뒤 아직까지 추후 절차를 확정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외부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확히 언제 최종 후보를 선정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그룹임추위는 우리은행장 후보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 3명을 선정한 바 있다. 당초 지난달 29일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논의가 길어지면서 31일로 연기했는데 여기서도 추후 일정을 재논의하겠다며 매듭을 짓지 못했다.
임추위가 이처럼 고심하고 있는 이유는 유력한 은행장 후보로 급부상한 권 대표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가 그를 다방면으로 밀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당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지지를 받는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이 차기 행장으로 유력했다.
권 대표는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후보군에 올라온 드문 경우다. 1963년생인 권 대표는 울산 학성고를 졸업했다. 지난달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학성고 출신 후배가 핵심 보직을 차지하면서 권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 간접투자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도 권 후보의 지지축이다. 권 대표는 같은 고향(울산)인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2018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로 발탁한 인물이다.
이 같은 세력에 힘을 업은 권 대표의 등장으로 29일 열린 첫 프레젠테이션(PT)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권 대표의 등장으로 임추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며 의견을 한데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아직까지 우리은행 차기행장은 오리무중이다.
반대로 정부의 입김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외부입김이 작용하면, 경영진 간 다툼 등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청와대 입김을 무시할 수도 마냥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손 회장과의 관계도 걸림돌이다. 권 대표는 과거 이광구 행장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손 회장이 부임하면서 부행장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우리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권 사장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나온 지가 꽤 된 이야기다. 현 정권에서 3대 국책은행 수장도 관료 출신인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책은행장들은 대부분 내부 출신이거나 민간금융 전문가였다”면서 “우리은행장 인선을 두고 관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권 사장의 청와대 지지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인사가 다 그렇듯 자연스럽게 후보군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불분명한 거취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 경고는 임원의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손 회장의 경우 3월 말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주총에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다만, 주총 이전에 금융위의 제재 절차가 마무리되면 연임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위는 이르면 3월 초 이전에 제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