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버블 경제, ‘신종 코로나’ 글로벌 감염 초래”

입력 2020-02-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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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버블시대 연상케 하는 해외여행 열기…신종 코로나 확산 시기에 500만 명이 빠져나와 엄청난 사태 벌어져”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시내가 3일(현지시간) 차량과 사람 통행이 모두 끊긴 가운데 텅 빈 상황이다. 우한/로이터연합뉴스
“우한의 버블 경제가 세계 각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을 확산시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중국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시에 오래 살았던 중국 재야 경제인사의 개탄이다. 그의 말에는 지금 신종 코로나로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세계화 시대 중국의 미래를 읽을 만한 통찰이 담겨져 있다고 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중국 지도를 4등분해서 살펴보면 바로 중간에 있는 내륙의 대도시가 우한이다. 우한은 인구 6100만 명인 후베이성의 성도로, 일본 도쿄에 버금가는 1100만 명이 살고 있다. 우한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 달러(약 2400만 원)를 넘는다. 이는 상하이보다 많고 수도 베이징에 육박하는 풍요로움이다. 이것이 바로 춘제(설날) 휴가 기간 전 1만5000명에 가까운 단체관광객들이 우한공항에서 일본으로 몰려들어 일본 전역에 신종 코로나가 퍼진 큰 이유다.

우한이 이렇게 풍요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양쯔강이 동서를 가로 질러 하류에는 상하이가, 상류에는 공업도시 충칭이 있다. 우한은 북쪽의 베이징과 남쪽의 광둥성, 홍콩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고속철도로 전국 각지와 연결돼 자동차 제조 등 공업도 발달하게 됐다. 내륙 교통의 요충지에 뒤늦게 찾아온 경제 고성장을 누리고 있던 곳이 바로 우한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풍요로움의 직접적 원인은 따로 있다. 한 후베이성 공산당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집 이외 2채의 주택을 갖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2년간 4배 폭등해 이들 집 중 하나를 빌려줬을 뿐인데도 상당한 수입이 된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일본 엔화 환산으로 1억~2억 엔(약 11억~22억 원)에 이를 것으로 닛케이는 추산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 충분한 수입이 있는 가운데 부동산까지 보유한 축복받은 우한 상류층이 춘제 연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은 일반적이다. 일본의 버블시대를 연상케 하는 자산효과로 출국 열기가 뜨거워진 것이다.

이에 신종 코로나 확산 시기에 500만 명이 휴가를 이유로 중국 국내외로 빠져나와 결국 엄청난 사태를 일으킨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우한의 부동산 버블은 기업 경영도 변화시켰다. 후베이성 공산당 기관지인 후베이일보 등을 발행하는 후베이일보미디어그룹 본사는 우한의 노른자위에 있다. 인터넷 미디어 보급으로 종이신문 발행 부수와 광고 수입이 급감했지만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부동산 사업이다. 40억 위안(약 6800억 원)에 달하는 연매출의 75%를 부동산 개발·판매 자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또 증권사와 은행에도 투자해 이제 신문사라기보다는 부동산·금융 대기업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버블은 중국의 앞날을 점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 유행으로 우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서민 소비는 물론 현지 대형 국영기업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우한은 교통 요충지여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우한을 그대로 둘 수 없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곳이 ‘중국 혁명의 고향’이라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1911년 10월 10일 일어난 신해혁명을 촉발한 것이 바로 우창(우한시의 일부)에서 발생한 봉기였다. 혁명파 군대의 반란은 청나라 멸망과 중화민국 건국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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