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이 다소 잦아든 가운데, 종목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 부티지지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등, 증시에 우호적인 결과가 나온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미 증시가 업종별로 차별화를 보인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19%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부양정책과 마이크로 칩(6.69%)의 양호한 실적 발표한 데 힘입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더 나아가 미국의 양호한 고용지표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감염증은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이라며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점도 우호적이다.
물론 테슬라가 미 증권거래소 조사 가능성과 모델 3인도 지연을 빌미로 급락해 그동안 상승세를 보여 왔던 관련 종목들에 부담을 줄 가능성은 있어 개별 종목별로는 차별화가 뚜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차별화 장세 속 미국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움직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강세, 중국 정부의 부양정책 기대 등은 투자심리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돼 오늘 한국 증시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감염증 치료제 소식이 전해지는 등 관련 이슈 종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여전히 전일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추이 및 중국 증시의 변화에 따라 변화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 이슈는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정치의 시즌이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탄핵안은 미국 상원에서 부결됐다.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반면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38살의 신성 부티지지가 승리했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바이든 후보는 4위에 그쳤다.
부티지지라는 깜짝 스타가 등장했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샌더스나 워런 후보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나쁠 것이 없다. 부티지지 후보도 바이든 후보와 마찬가지로 중도성향이다. 바이든 후보가 현재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강성 진보후보의 등장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초반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우려됐던 정치적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중국에서 백신 개발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보도가 발표됐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안도감을 제공했다.
미국 경제지표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미국 1월 ADP 민간고용은 29만1000명 증가하며 2015년 5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Markit 서비스 PMI와 ISM 서비스 PMI 역시 예상치를 상회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감 완화, 정치적 불확실성의 일부 해소, 경제지표의 빠른 반등 확인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재개하기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기존 주도주(반도체, ITㆍSW, 5G)의 상승 재개 시도, 코로나바이러스 피해가 우려되는 내수 및 중국 관련 소비주 저점 형성의 움직임을 예상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지 대략 2주가 지났다. 다음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22일부터 지금까지 집계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통계를 들여다 보면 앞으로 사태가 확산되기 보다는 통제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를 갖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다른 지역에서 확진자 수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둘째,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의 사망자 수가 11명에서 더 늘지 않고 있다. 후베이성의 사망률도 더디지만 떨어지는 중이다. 셋째, 후베이성을 제외하면 완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완치자 수는 1월 29일 37명에서 2월 3일 239명까지 늘었다.
국내 주식시장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주식시장 간 상관계수가 높다는 이유 로 중국 주식시장이 휴장한 지난 한 주 간 proxy 헤지의 대상이 되면서 하락 폭이 컸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른 조정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 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설 직전까지 KOSPI가 조정 없이 오르면서 피로가 누적돼 있는 상태였다. 올 들어 1월 22일까지 KOSPI는 15거래일 가운데 10거래일 동안 올랐고 20일 이격도는 103까지 높아져 있었다. 과정은 과격했지만 쉬었다 가야 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이제 기술적 부담은 많이 줄었다. 20일 이격도도 4일 종가 기준 0.98 까지 떨어졌다.
둘째, 바이러스 확산 악재를 주식시장이 소화하는 동안 4분기 기업실적 발표는 계속됐는데, 수급이 빌 때 펀더멘털이 두드러지는 법이어서 센 주식과 약한 주식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4분기 실적과 올해 실적 전망이 양호한 종목들이 조정과 반등 과정에서 탄력적이었다.
이들이 2020년의 주도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섹터별로는 IT 와 인터넷, 헬스케어, 배터리 등이었다. 설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신뢰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다. KOSDAQ 지수가 KOSPI 보다 하락폭이 작았던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IT,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
셋째,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IT, 인터넷 등으로 쏠리는 이유는 이들의 업황이 양호하기도 하지만 다른 산업의 업황이 부진한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시클리컬은 중간재 비중이 높아 upstream 기업들이 가격 결정력을 쥐고 원자재 가격을 높게 유지하면 이익이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22일 이후 브렌트 원유 가격이 16%, WTI 가격이 14% 각각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은 약보합이었다. 원자재 가격이 빠지는 동안에는 시클리컬 주가도 부진하겠지만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때부터는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 라고 생각한다.
작년 9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반등은 이성적이었다고 생각한다. Fed 의 B/S 확대로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정상화됐고 미중 간 1차 무역합의도 이뤄졌다. 올해 들어 나타난 주식시장의 상승은 감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KOSPI가 빠르게 오르는 과정에는 나만 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fears of missing)가 조정 없는 상승의 밑바닥에서 작동했다.
지난주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며 FOMO는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공포가 작동했다. 그리고 지금은 바이러스 공포가 옅어지는 구간이다. 주식시장에 공포가 확산되고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타날 때 안전마진이 확보된다. 지금부터는 특히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안전마진을 안고 주식을 살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