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종목별로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을 예상했다. 다만 미국 경제지표와 중국 경기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낙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전일 한국 증시는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었으나, 중국 정부의 고강도 경기 부양정책 기대가 유입되며 낙폭을 축소하며 마감했다. 특히 중국 증시에서 테슬라 관련주가 급등 하자 2차 전지 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중국 내수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관련 종목이 상승 전환하는 등 종목별 차별화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 증시가 호재성 재료가 유입된 대형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했으나, 국제유가가 WTI 기준 50 달러를 하회하며 에너지 업종이 부진하는 등 종목별 차별화가 펼쳐졌다. 이를 감안 한국 증시 또한 전일에 이어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확산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관련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가 근무와 여행 등의 제한을 풀었으나, 여전히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둔화 우려를 높인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물론 이러한 공포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견고한 미국의 경제지표, 강도 높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 기대감 등은 부정적인 요인을 완화 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보다는 개별 종목 이슈에 주목하며 종목별 차별화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한진그룹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주총회 시즌의 핵심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진칼 주주총회로 쏠려있다. 그런데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는 이 말고도 한 가지의 이슈가 더 있다. ‘5% 룰’과 ‘10% 룰’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개정안이 이번 2월부터 적용되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대량보유 보고 의무가 일부 완화됐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바뀐 핵심 내용은 기존의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 항목을 1)일반투자와 2) 단순투자로 나눈 것이다. 경영권 영향 목적에 해당되는 배당 요구 등이 일반투자로 옮겨지면서 투자자들의 공시 부담이 축소됐다.
이번 변화의 가장 큰 수혜는 국민연금이 누리게 됐다. 완화된 ‘10% 룰’은 공적 연기금에만 해당되는 이슈이며 다른 연기금들은 5%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작년 9월 금융위원회는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일명 ‘5% 룰’을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번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5% 룰은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경우, 보유현황 및 보유목적 등을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경영권 참여 목적을 가진 투자자들은 1%의 지분 변동이 생길 때마다 5일 내로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경영권 영향 유무에 따라 두 가지밖에 없었던 기존 분류법이 바뀐다. 앞으로는 1) 경영권 영향목적, 2) 일반투자, 3) 단순투자,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중요한 것은 2) 일반투자다. 기존에 경영권 영향 목적에 들어있었던 배당 관련 요구,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넘겨졌고 투자자들의 공시 부담도 줄었다. 또한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경우 공적연기금은 월별 약식보고를 해야하지만 경영권 영향 목적은 5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10% 룰’이라고 불리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도 완화됐다. 예전에는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는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환하면 6개월 내에 발생한 단기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 이후 국내 연기금이 차이니즈월(엄격한 내외부 정보교류차단장치)을 도입하면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 당시 지분이 10%를 초과했는데,
‘10% 룰’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변경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주주총회 당시 당초 의도와는 달리 정관 변경을 요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보유 지분이 6.7%에 불과했던 한진칼에 대해서만 주주총회 전 경영참여 목적으로 전환했고, 이사 자격에 대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비록 부결됐지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스탠스가 바뀐 것이 확인됐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변경하지 않았다. 아마도 큰 이슈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1) 이슈 제기에 필수적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도 아직 구성이 되지 않았고, 2) 2월 중순까지 위원회가 구성되고 주주제안을 마무리한다 해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2월 7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NAVER 등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총 313개이며 이 중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00개인데, 이중 약 18%에 해당하는 56개가 대상이다.
변경된 종목을 살펴보면 전부 KOSPI200에 포함되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이다. 비교적 주주구성이 다양하고 각 산업을 대표하는 만큼, 경영 간섭에 대한 이미지를 최소화하려 했을 것이다. 직접적인 경영권 참여는 제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 맞게 주주권 행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당 요구가 일반투자로 변경되면서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의 방향성은 국민연금이 행사한 주주권의 반대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전인 2017년의 반대율은 11.9%였던 반면 2019년에는 16.5%로 4.6%p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정관변경 안건에 대한 반대 비중이 가장 높았던 반면 2019년에는 이사의 보상에 관한 안건이 1, 2위를 차지했다. 반대 횟수가 높아졌지만 경영 참여보다는 주주 권리를 위해 의결권 행사가 확대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연기금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5% 룰 개정안 만으로 다른 기관들의 큰 변화를 이끌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을 위한 노력과 기관들의 높아지는 참여율은 눈여겨볼만하다. 현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은 총 120개다. 2017년 18개 기관에서 2018년말까지 73개로 늘어났고, 여기서 다시 60%이상 증가하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연구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율이 상승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에 따라 중장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배당성향의 확대가 기대된다. 낮은 배당성향은 한국 증시의 약점으로 항상 꼽혀왔다. 올해는 전년대비 이익이 33% 급감한 와중에도 배당이 8% 가량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당성향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평균적으로 20% 중반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 증시가 배당성향이 50% 이상인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밸류에이션 또한 지속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배당성향이 이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였고 이번 ‘5% 룰’ 개정과 기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산이 이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또한 점진적인 해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