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 된 손정의…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어디로

입력 2020-02-13 14:31수정 2020-02-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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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대규모 투자 실패로 소프트뱅크 영업익 99% 급감…비전펀드 투자 업체 88개사로 출범 이후 첫 정체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투자 수완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핵심 사업인 비전펀드의 대규모 투자 실패로 소프트뱅크의 지난해 실적이 극도의 부진에 빠지면서 손 회장의 비전펀드 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적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2019 회계연도 3분기(작년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9% 급감한 25억8800만 엔(약 278억 원)을, 순이익은 92% 줄어든 550억 엔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익과 순익 급감은 소프트뱅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2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비전펀드의 지난 분기 영업손실은 무려 2251억 엔에 달했다. 그나마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보유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이 홍콩증시에 상장하면서 3319억 엔의 지분 변동 이익이 발생해 그룹 전체로는 적자가 발생하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소프트뱅크는 1년 전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해 회사 주가를 닷컴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등 기세등등했으나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테크놀로지의 실망스러운 기업공개(IPO)에 이어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몰락으로 순식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비전펀드 투자 대상 기업 수 추이. 작년 10~12월 88개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더욱 우려되는 것은 비전펀드가 성장의 벽에 직면했다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1호 비전펀드가 잇따른 투자 실패로 신규 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기존에 투자했던 기업의 증시 상장 계획도 위축돼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배당하는 펀드 운영 순환이 약화한 상태다. 이에 펀드 출자자와 소프트뱅크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비전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투자하는 업체 수가 88개사로, 9월 말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분기 기준으로 투자업체 수가 정체된 것은 2017년 펀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했던 손 회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도 주목된다. 그는 이날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1호와 같은 10조 엔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2호 비전펀드에 대해 “다양한 반성을 통해 이번에는 일단 규모를 축소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워크의 몰락에 따른 투자 손실 등으로 은행 등이 자금 지원에 신중해지면서 손 회장도 소심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비전펀드는 출자금 10조 엔 가운데 외부 투자자가 출자하는 4조 엔에 대해서는 매년 원금의 7%를 우선 고정 배당해야 하는 구조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2800억 엔을 지급해야 하는데, 투자 실패로 원금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펀드의 투자금 회수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투자 대상의 IPO다. 이것도 비전펀드는 침체된 상태다. 현재 비전펀드 투자 대상 중 상장사는 8개사에 그치고 있다. 손 회장은 펀드 사업이 호조였던 지난해 여름만 해도 “2020년에는 10개사 정도가 상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연간 몇 개”라고 자세를 확 낮췄다.

여기에 행동주의 투자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소프트뱅크 지분 약 3%를 확보하고 나서 최대 2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어서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의 최대 관건은 손정의가 과거 명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가와사키 도마오키 이와이코스모증권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이 현재 관여하고 있어 소프트뱅크 자사주 매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투자자들은 손 회장의 투자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현시점에서 그는 알리바바밖에 기댈 데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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