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퍼진 코로나19 감염증이 국내에서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전염병 확산으로 우리 생산과 수출, 내수 등에 대한 타격과 경제지표 하락도 가시화하고 있다. 충격의 강도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1분기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이달 1∼10일 일평균 수출액은 15억3000만 달러로 지난달의 15억8000만 달러에서 3.2% 줄었다. 1월에 작년 12월보다 일평균 4.8% 늘면서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가 다시 꺾였다. 이달 중국 내 부품기업 폐쇄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로 현대자동차와 쌍용차 등이 1주일가량 공장을 세웠다. 관련 제조업 생산 감소도 불가피하다.
내수 타격은 심각하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고, 국내 환자 발생 이후 내국인 소비도 급격히 위축됐다. 춘제(春節) 연휴인 1월 24∼31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전보다 하루 11%꼴로 줄었고, 2월 감소폭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관광객에서 중국인 비중은 34.5%에 이른다. 항공·여행과 호텔 등 숙박업, 백화점과 면세점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국인 방문객 감소로 재래시장과 외식업계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기도 전에 후퇴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0.8∼1.1%포인트(P)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3월 가장 나쁜 상태를 지나 이후 진정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추정이 그렇다. 상황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JP모건은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0.3%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의 부정적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도 어렵다. 중국 확진자는 7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1600명을 넘었다. 최악의 전염병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급격한 후퇴는 기정사실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세계 경기 침체, 우리 수출과 내수의 추락 또한 불가피한 경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1000대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조사해 16일 밝힌 결과에서도 61.8%가 경영악화를 예상했다. 모든 주력산업이 피해범위에 들었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다수의 대기업과, 전자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석유제품, 통신기기 등 업종에 전방위적 타격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기업들이 정부에 원하는 정책 지원으로 첫손 꼽은 것이 국내외 전염상황에 대한 신속한 정보공유(57.0%)였고, 방역체계 강화(21.2%),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정부 간 협력(9.5%) 순이었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우선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전염병 확산 사태에 정부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