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기득권' 상징이자 '탄핵 찬반' 갈등 지역…김 "잠 잘 생각하지 말아야"
미래통합당(통합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4ㆍ15총선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영남권 면접을 시작했다. 이날 면접은 4ㆍ15 총선 공천 신청자에 대한 6일 차 면접이기도 하다.
통합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18일 PK(부산ㆍ울산ㆍ경남 창원)지역 예비후보 면접 심사를 시작으로 20일까지 TK(대구ㆍ경북) 지역 면접 심사까지 마친 뒤 영남권 컷오프(공천배제)를 발표할 방침이다.
부산부터 시작된 면접에서 공관위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서의 승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부산 북강서갑 면접에서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에 잠을 잘 생각을 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고 박민식 전 의원이 기자들에게 밝혔다.
영남권은 보수진영에서 기득권의 상징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가장 첨예한 갈등을 드러낸 지역이다. 통합당이 출범한 상황에서 영남권에 대한 김 공관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도로 새누리당' 방지라는 임무를 위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영남권 컷오프가 '김형오 공관위'와 통합당 인적쇄신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범보수 통합 과정에서 새보수당이 '보수재건 3원칙'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한만큼 탄핵 관련 인적 쇄신을 거쳐야 통합의 명분이 실리기 때문이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정계개편에서 가장 임박한 퍼즐은 기존 기득권을 가진 TK 지역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의 칼날"이라며 "유승민 의원이 아직 통합당 활동 참여를 보류함으로써 공천쇄신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원희룡 제주지사도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범야권 세력이 인적 쇄신을 통해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을 국회에 진입시키고, 또 총선이 끝난 뒤 지도부도 새로 구성하면서 국민과 함께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우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탄핵에서 자유로운 새 인물을 많이 국회로 들여놓는 것, 그래서 탄핵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남권 물갈이를 두고 당내는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전날 정갑윤(울산 중구)ㆍ유기준(부산 서구동구)의 불출마 선언이 있자, 공관위의 기류를 미리 감지한 것이란 해석이다. 통합당의 영남권 불출마 의원은 PK에서 9명, TK에서 2명이다. 공관위의 컷오프 비율이 30%에서 50% 사이로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5명, 최대 8명이 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는 이 같은 회유ㆍ설득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대규모 컷오프를 앞두고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공관위가 현역의 자발적인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유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최근 유 의원과 정 의원을 비롯해 김성태(서울 강서구을)ㆍ박인숙(서울 송파갑) 의원 등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른 것과 관련해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우리 당이 미흡했던 보수의 핵심가치인 책임과 헌신을 몸소 실천하는 행위"라며 "개인적으로는 아깝고 안타깝지만, 나를 불살라 전체를 구하려는 살신성인의 용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켜세웠다. 이날까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소속이었던 현역의원은 1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