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ㆍ서울대병원 배상 책임 없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로부터 감염된 환자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초기 대응 부실’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 부장판사)는 18일 메르스 80번 환자 A 씨의 유족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을 상대로 낸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유족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A 씨는 2015년 5월 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걸렸다. 14번 환자는 81명(16명 사망)에 이르는 추가 감염자를 발생시켜 ‘슈퍼 전파자’로 불렸다. 14번 환자는 앞서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맞은편 병실을 사용하던 1번 환자에게 전염됐다.
A 씨는 같은 해 10월 1일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격리해제 조치로 가족에게 돌아갔다가 열흘 뒤 서울대병원 음압 병실에 격리됐다. 이후 메르스 양성 반응과 음성 반응을 반복해 나타내면서 격리해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11월 25일 결국 숨졌다.
마지막 메르스 환자인 A 씨가 사망하자 약 한 달 뒤인 12월 23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종료 선언을 했다. A 씨의 유족은 국가와 삼성서울병원의 초동 대처가 부실해 80번 환자가 감염됐다며 총 3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A 씨의 감염력이 낮음에도 격리해제를 하지 않아 기저질환을 적기에 치료하지 못했다며 서울대병원에도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국가의 대응에 문제점이 있었고, A 씨 사망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지연하고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가 부실했던 책임을 인정해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과실은 없다고 봤다. 재판부가 림프종이라는 기저질환과 메르스 사이에서 ‘의료진의 판단’이 이뤄진 것이므로 의료 과실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유족은 선고 후 “국민으로서 환자로서 보호받지 못한 것에 대해 영영 사과를 받지 못할까 우려된다”며 “2015년에 받았어야 할 사과인데 2020년에도 이런 결과를 받아 절망적”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