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대표 사임까지 했는데 코로나19에 ‘연기설’ 흘러나와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이 안갯속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상장 작업에 돌입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면세점 실적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상장 연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2015년 9월부터 맡아온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사임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신동빈, 송용덕, 김정환, 박동기, 이갑 등 5인 대표체제에서 이봉철, 김현식, 최홍훈, 이갑 등 4인 대표체제로 변경된다.
롯데건설 사내이사에서도 함께 물러나면서 신 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직한 계열사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등 3곳으로 줄었다.
신 회장의 사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상장 심사 시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성은 중요한 잣대다.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되면서 호텔롯데 상장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였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이다. 앞서 2016년 신 회장은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내용이 호텔롯데의 상장과 투자·고용 확대 방안 등이다.
특히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해 실질적으로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호텔롯데를 상장하게 되면 일본 주주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킬 수 있어 신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신 회장의 호텔롯데 대표 사임으로 탄력이 붙던 상장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코로나19 확산이다.
롯데 측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호텔롯데의 상장 가치가 높아질 것을 기대했다. 면세점은 호텔롯데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인 입국자 수는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으로 2016년 고점 대비 약 73% 수준까지 회복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으로 면세점 사업의 수익 악화가 가시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됨에 따라 2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공개(IPO)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롯데그룹이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임시휴점과 단축 영업, 방문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면세점의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호텔롯데 상장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호텔롯데가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상장 연기설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회사는 3일 4000억 원에 이어 18일 만기 15년의 사모 회사채 1200억 원을 발행했다. IPO를 연기하면서 사채발행을 자금조달 루트로 틀었다는 해석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호텔롯데 대표 사임은 롯데건설에서 물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책임경영 차원”이라면서 “계열사의 책임경영과 전문성,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