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이사회 결의 사안 강화…삼성·SK 등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 선임
재계가 경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췄던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해 12월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에서 결의해야 하는 ‘투자사업 및 연구개발 계획’ 안건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여천NCC는 △건별 투자비 100억 원 이상의 전사적인 전략투자사업 △건별 투자비 200억 원 이상의 일반투자사업 △비용 자산화를 위해 투자사업으로 시행하는 건 별 투자비 500억 원 이상의 각 공장(또는 사업장) 정기보수 수행 사업 △건별 5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 계획에 대한 사안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진행할 수 있다.
이같이 의결 대상 사안을 강화함으로써 여천NCC는 경영상 의사 결정에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천NCC뿐만 아니라 한화솔루션, 현대오일뱅크 등 다수의 기업들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강화했다. 올해 주총 안건으로 올린 사외이사진은 △미국의 에너지 산업 전문가인 어맨다 부시 세인트 오거스틴 캐피털 파트너스사 파트너 △일본의 미래 신성장 산업 전문가인 시마 사토시 전 소프트뱅크 사장실장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정호 법무법인 위즈 변호사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이사회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가치와 연동된 장기 성과급 제도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적, 성별이 다양한 사외이사진과 미래성장 사업에 대한 이해도 높은 사내이사의 조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전문성, 효율성을 강화해서 주주가치를 극대화 할 것”이라며 “주식가치와 연동된 장기성과급제도 도입해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책임경영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2대 주주로 올라서자 최대주주였던 현대중공업 중심이었던 이사회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소수 주주의 지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장치를 마련했다.
최근 총수 일가 또는 대표이사가 의사회 의장을 겸임하지 않는 추세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경영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데 이어 이달 21일에는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지주사인 지주사 SK㈜는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으며, SK이노베이션 또한 이사회 의장에 김종훈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선진화된 이사회 모델을 갖추게 됐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한진그룹 역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이사회의 책임 경영을 활성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 경영진은 총수의 사익 편취를 위한 경영상 의사 결정을 내려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이사회의 역할이 강화되면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회사 경영에 있어 오너의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에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잘못된 선택이 기업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이사회의 책임 경영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는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