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회생 여부 판가름, ICT 업계 "공정법 위반 여부 혁신금융에 방해"
2017년 4월, 혁신금융을 앞세워 야심 차게 출항한 케이뱅크가 3년 만에 ‘경영 정상화’ 여부가 판가름 난다. 출범 초기 주요 신용대출상품의 금리를 연 2% 후반대부터 적용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기준에 막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케이뱅크발(發) 혁신금융은 ‘올스톱’된 상황이다.
◇4일 임시국회 법사위서 ‘경영정상화’ 판가름 = 4일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케이뱅크의 명운을 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뱅법) 개정안 처리를 검토한다. 지난달 2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방역 작업으로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인뱅법을 통과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하고 여야 간사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반대하던 특정 의원이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법사위원장 등 대다수 의원들이 인뱅법 개정안을 도입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뱅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이 공정거래법(공정법)을 위반했더라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에 흥행을 이어가다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지 못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자본금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대출 판매가 중단됐고, 현재는 신규 대출이 완전히 멈췄다.
케이뱅크 주주들은 은산분리가 완화되면서 KT가 대주주로 올라서고 이를 중심으로 약 5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KT는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인뱅법 개정안이 통과해야 케이뱅크가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여야 합의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혁신금융 서비스에 대해 국회나 금융업계가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논의에서도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고 말했다. 4월 총선 후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20대 국회 때 발의된 법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무산될 경우 자동폐기된다.
◇공정법 위반조항은 ICT 업체의 금융업 진출 방해… 과도한 금융규제 = 현재 개정안 반대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채 의원은 인뱅법 개정안은 “특정 기업(KT)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ICT 업계에선 채 의원 의견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금융규제가 혁신금융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뱅법에 있는 공정법 위반 조항은 ICT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막는 독소 조항이라는 의견이 많다.
ICT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KT만을 위한 법 개정이 아니고 ICT기업들 모두에 해당한다”며 “공정위는 공정법을 위반했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에 벌금형 처벌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하고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에 대해 계열사 현황을 허위로 신고했다며 공정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 의장은 공정법 위반 혐의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 획득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등에 차질을 겪을 뻔했지만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뱅법 개정안은 현 정권에서 규제혁신 과제로 꼽히고 있고 국회나 학계에서도 개정을 찬성하고 있다”며 “금융혁신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주주를 교체하고 계열사를 통해 우회 증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지난달 26일 임추위(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인선에 돌입했다. 3~4차례 추가 회의를 연 뒤 이달 중순까지 차기 케이뱅크 행장 단독 후보자를 선정한다. 임추위가 추천한 내정자는 이달 말 케이뱅크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임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