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전보다 SK하이닉스 1145억, 삼성전자 1934억 감소 전망
국내 전자, 반도체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증대, 기업의 생산 차질 우려가 주된 원인이다.
2일 에프앤가이드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791억 원으로 1개월 전보다 19.3%(1145억 원) 하락했다. 반면, 매출액 전망치는 6조7722억 원으로 한 달 전 전망치보다 4.1%(2655억 원)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서버를 중심으로 한 고정거래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중순 이후 하락하던 현물가격도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가 둔화하면서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수요 둔화와 공급 불안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영업이익 전망치는 하향조정됐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 원을 겨우 넘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6조6079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34억 원 감소했다. LG전자의 전망치는 8321억 원으로 1개월 전보다 587억 원 줄었다.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이는 가전업계는 비수기 영향으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소폭 감소했다.
전자 부품계열사들도 1분기 동반 실적 하락이 우려된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손실 폭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영업손실 금액은 한 달 전 예상한 3043억 원에서 3754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533억 원에서 748억 원으로 하향조정됐다. 한 달 전보다 무려 51.2% 급락한 규모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하향조정된 건 코로나19 여파가 중국을 넘어 국내에서 확산하면서다. 그동안 기업들은 중국 생산라인 방어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국내 사업장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공장 셧다운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구미사업장에는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고, 기흥 반도체공장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구미사업장 일부에는 폐쇄 조치가 내려졌고, 반도체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됐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구미사업장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사업장 일부를 폐쇄했고,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공장을 닫았다. 또 LG그룹은 여의도 인근 공사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한 여의도 트윈타워를 재택근무로 운영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할 경우 올해 1분기 내국인의 국내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0.4%포인트(p)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최대 0.7%p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국내에 이어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은 더 큰 변수다. 공포감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품의 가격 상승은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성 저하, 비용증가, 수요 둔화 심화 가능성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 성장률이 ‘제로(0)’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우려에 미국 증시도 최악의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와 수요 모두 얼어붙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