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는 매출마진 줄이고 농가는 납품가 낮춰 할인 행사 통해 농·수산물 판로 확대"
유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농어민 돕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국내 매출이 쪼그라들고, 한국산 농수산물을 꺼리면서 수출 역시 급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산물 수출은 최근 6주(1월 1일~2월 11일)간 전년 대비 13.8% 감소했는데 수출 효자 상품인 김을 비롯해 광어, 참치 등 10대 수산물 수출이 줄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산물 소비심리도 위축돼 지난달 신세계백화점의 수산 장르 실적은 전년 대비 37.4% 역신장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농수산물 판매마진을 낮추고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판촉 행사를 진행해 농어민 판로 확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산 수산물을 한데 모아 특별가에 판매한다고 4일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8일까지 전 점포 수산 코너에서 제주 서귀포, 성산포, 전남 완도의 수산물을 최대 30% 할인 가격에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는 당일 항공 직송된 제주산 대갈치(1마리, 1만9900원), 완도에서 양식된 전복(4마리, 1만900원), 남해산 손질 새조개(100g당, 3900원) 등이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바이어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 제안해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백화점은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만큼 협력사 납품가는 똑같고 백화점이 마진을 줄여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수출과 내수 판매 부진에 빠진 참치 어가를 돕기 위해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원양산 모둠 참치회(360g)를 반값인 1만4900원에 선보인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역대 최대 물량인 35톤의 참치를 준비했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이 ‘트럭 복합일관수송’을 금지해 2월 일본에 수출하는 참치 물량이 줄었고, 참치 원물의 소비는 참치 전문점과 무한리필 등 소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외식 자제 문화로 이마저도 소비가 줄었다”며 “유통업체가 마진을 줄이고, 협력사도 납품가를 줄여 공동으로 부담해 이번 행사에서 참치를 반값에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 외에도 지난달 말 수출길이 막힌 완도 20여 개 전복 양식장의 전복 60톤을 최대 4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바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산지 직거래 전문 할인점 킴스클럽은 코로나19로 중국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전남 해남군 빨간 배추 23개 농가의 배추 50톤을 일괄 구매해 지난달 26일부터 전국 킴스클럽 35개 매장에서 정상가의 40% 가격에 판매 중이다.
킴스클럽은 코로나19가 대구ㆍ경북 지역에 퍼지면서 산지를 찾는 소비자가 줄자 매출 직격탄을 맞은 경북 청도군의 한재미나리 재배농가 돕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청도한재미나리는 청도군 400여 개의 지역 농가에서 연 2000톤이 넘게 생산되는 지역 대표 특산물이지만,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역 방문객과 택배주문까지 모두 줄었다.
킴스클럽은 17일까지 청도한재미나리 소비촉진 행사를 열고 전국 매장에서 산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랜드리테일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농가돕기 행사는 도청에서 요청해 진행됐다. 킴스클럽이 매출마진을 줄이고, 농가 역시 납품가를 낮춰 시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