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ㆍ가전 전시회ㆍ모터쇼 줄줄이 취소…기업들 온라인 접점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굵직한 글로벌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통상 1분기에 신제품과 기술을 소개하고 한 해 영업에 돌입해야 하는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온라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들은 대안 찾기에 분주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MWC 취소…온라인 마케팅 강화 = 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최근 온라인이나 유튜브를 통해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코로나19 우려에 취소되면서 이 자리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려고 했던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MWC가 취소된 것은 3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는 지난달 24일 스페인에서 가상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 Xs’를 발표했다. 화웨이 서브 브랜드인 아너도 호텔 W 바르셀로나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했다.
오포(OPPO)는 신제품 ‘파인드X2’ 공개 행사를 3월로 연기했다. 서브 브랜드인 리얼미(realme)의 X50 프로(pro) 모델은 온라인에서 공개했다. 일본 소니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카메라 성능을 강화한 엑스페리아 신제품을 공개했으며, 노키아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핀란드 HMD 글로벌도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했다.
삼성전자는 체험형 마케팅인 ‘갤럭시 스튜디오’를 대폭 축소하고 ‘언택트(Untact)’ 마케팅을 시작했다. 언택트 이벤트는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퀴즈쇼와 온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 줄줄이 타격 =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의 사전 행사도 취소됐다. 프리 이파(pre-IFA)라 불리는 ‘IFA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는 매년 가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에 앞서 4월 주최 측이 진행하는 미디어 행사다. IFA는 내달 2∼5일 유럽 키프로스공화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유럽 최대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ISE 2020도 반쪽짜리 행사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여파로 LG전자를 비롯한 중국 50여 개 업체가 불참했다. 삼성전자도 참가는 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축소했다.
반도체 업계도 코로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1월 한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반도체 행사인 ‘세미콘 코리아’가 취소됐고, 3월 ‘세미콘 차이나’도 무기한 연기됐다. 오는 5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세미콘 SEA’(SEMICON SOUTHEAST ASIA)도 8월로 연기됐다.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비즈니스 교류 등에도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IT 기업들도 코로나에 몸을 사리고 있다. 구글은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 예정이던 ‘구글 I/O’(연례 개발자회의)의 현장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페이스북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개발자 콘퍼런스 ‘F8’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예정됐던 ‘페이스북 글로벌 마케팅 서밋’을 무기연기했다.
이외에도 아마존, 인텔, 시스코 등도 이달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의료 IT 콘퍼런스인 ‘HIMSS’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글로벌 행사 취소와 불참 선언이 늘어나고 있다.
◇ 제네바 모터쇼 1주일 앞두고 취소 = 글로벌 5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로 추앙받아온 스위스 제네바모터쇼가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이에 따라 유럽 메이커는 물론, 올해 제네시스의 유럽 출시를 준비해온 현대차의 현지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주요 차종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세계 3대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는 기아차가 올 상반기 카니발 출시 계획했으나 ‘한국인 입국금지’를 결정한 이후 본사 차원의 핸들링이 불가해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사업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격년으로 개최해온 부산모터쇼(5월 28일)는 하반기 연기를 검토 중이다. 기아차 쏘렌토는 사전계약에 이은 판매 준비 중이지만 출시행사는 미정이다. 현대차 투싼과 아반떼, 기아차 4세대 카니발 출시도 하반기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슈퍼 신차출시 2년 차인 만큼 중요한 시점이지만 코로나 여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을 줄이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한다고 해도 비대면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체험이 중요한 제품은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 위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