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갈등에 국제유가 30달러대로 폭락...글로벌시장, 이번엔 ‘오일쇼크’

입력 2020-03-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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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가격 추이. 출처 CNBC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하던 글로벌 시장이 이번엔 ‘오일 쇼크’에 요동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불발로 원유가격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이날 오후 런던시장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45달러에서 31.52달러로 30% 가까이 폭락했다. 하루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도 27% 하락해 배럴당 30.07달러로 주저 앉았다. 이로써 WTI는 2016년 2월 22일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으며, 하루 낙폭으로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미국 주식선물이 폭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오일 쇼크에 휩싸였다. 다우지수 선물은 약 1078포인트 떨어졌고, S&P지수 선물도 4%가량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영국 FTSE100 선물은 3.6% 하락했고, 호주 시드니 S&P/ASX200은 5.4% 급락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도 0.5% 하락했다. 엔화는 달러당 1.5% 뛴 103.72엔으로 3년 만에 104엔을 넘어섰다. 유로는 달러당 1% 상승해 8개월래 최고치인 1.1394달러로 뛰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제로(0)’%를 향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0.5% 이하로 떨어졌다. 금리는 이날 ‘오버나이트 트레이딩(Overnight Trading·시간외 거래)‘에서 0.499%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 선물 값은 1.3% 뛰어 온스당 1694.42로 치솟았다.

안그래도 코로나19 공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충격적인 산유국 간의 원유가격 전쟁이 시장의 패닉을 부추겼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주요 10개 산유국 연합) 장관급 회의에서 감산 확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OPEC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감소를 우려해 일일 생산량을 150만 배럴 감축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가 반기를 들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사우디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유가 전쟁에 불을 지폈다. 사우디는 유가를 20% 대폭 할인하고, 현재 하루 970만 배럴인 산유량을 4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00만 배럴까지 증산한다고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지역 경질유 공식 판매 가격이 배럴당 6달러 낮아지고, 미국은 7달러, 유럽은 8달러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도 맞불을 놨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4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가격 인하 경쟁이 타올랐다.

이에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수요 감소 불안에 허덕였던 원유시장은 더욱 가파른 유가 하락에 직면하게 됐다.

밥 맥날리 라피단에너지그룹 대표는 “수요 급감과 공급 급증이 동시에 벌어지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1930년대 초 이래 최고의 가격 하락 조합이다. 가격 붕괴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자살행위”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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