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처음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28일 정기주총을 개최한 S&T중공업, S&T홀딩스, S&T모티브, S&TC 등 S&T그룹 계열사와 코스닥 상장사 SKC코오롱PI의 정기주총에서의 찬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SKC코오롱PI 정기주총에서 정관 변경 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주주총회 및 이사회 효율적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 일부 조정과 이사 책임감경 근거 규정 신설 등에 대해 “사외이사 임기변경, 이사회 소집통지기한 단축, 정관상 이사회 결의 대상 축소에 따른 이사회 견제기능악화 우려, 이사 책임감경조항 도입으로 주주권익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S&T중공업의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도 반대했다. 반대 사유로는 보수한도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고 보수금액이 경영성과대비 과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반면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은 적은 탓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C코오롱PI 지분 13.46%를 보유하고 있다. SKC코오롱PI 최대주주의 지분은 50% 이상이다. 국민연금의 S&T중공업 보유 지분은 8.53%로 2대 주주이나 최대주주인 S&T홀딩스가 40%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열린 필옵틱스의 임시 주총에서도 에너지 사업 부문 물적 분할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전검토가 필요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가 35.49%를 보유한 데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40.78%에 달해서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5% 미만에 불과했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점차 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6~2019년 국민연금의 정기주총 의결권 행사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14건이었던 반대 건수는 2018년 319건, 2019년 374건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되고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 대부분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등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국민연금은 보유주식 전량을 위탁 운용 중이던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겠다고 6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지분 약 2.9%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은 적으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표대결에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