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아파트 '밀집' 강남 지역은 거래도 줄어…저가 아파트 1억 원 오르기도
작년 12ㆍ16 대책부터 올해 2ㆍ20 대책까지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규제가 고가 주택을 집중 겨냥하고 있는 만큼 강남지역은 거래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반면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북 등 외곽지역에는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아파트 공시가격 공개 등 고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집값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지역에서 총 1만1715건(10일 기준)의 아파트 거래가 신고된 가운데 6억 원 이하가 6792건(58%),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3707건(32%),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762건(7%), 15억 원 초과 454건(4%)이 거래됐다.
6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데 비해 9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집값 흐름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04% 오른 가운데 관악구(0.19%), 성북구(0.19%), 노원구(0.17%), 도봉구(0.13%) 등 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노원구 중계동 중앙하이츠1(전용면적 84.94㎡)와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타워아파트(전용 84.94㎡)가 이달 각각 5억8200만 원, 3억23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팰러티움 전용 84.62㎡은 6일 5억9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영등포구 도림동 한라아파트 전용 84㎡도 5억7400원으로 최고가에 거래됐다.
관악구 봉천동의 경우 2억6800만 원에 거래되던 생모리츠타운(전용 64.31㎡)은 몇 달 새 1억5000만 원가량이 오르며 4억500만 원에 팔렸다.
노원구 H공인중업소 관계자는 “주변 환경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 지역인데 최근 많이 오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보니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0.01%)와 서초구(-0.02%), 송파구(-0.01%), 강동구(-0.06%)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4구 아파트 가격이 모두 약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112.95㎡은 작년 11월 30억4000만 원에 팔렸으나 이달 2일엔 25억500만 원에 거래되며 5억 원가량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23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89㎡도 지난달 21억9500만 원에 팔렸다.
강남 L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사려고 해도 증빙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거래 자체가 불편해지면서 거래량 역시 줄고 있다”며 “정부가 너무 규제를 하다 보니 집주인들도 못 버티고 집값을 내려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보유세 향방을 결정할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 금액이 이달 공개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앞서 공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서 9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행보다 크게 높이겠다고 사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 아파트의 ‘갭 메우기’(가격 따라잡기)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9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 역시 위축될 수 있어 이 같은 현상이 얼마나 갈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