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앞설 것” G2 여기서도 견제…개발 속도 전례 없이 빠르지만 상용화까진 적잖은 시간 소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끝낼 확실한 ‘해결사’는 백신과 치료제다. 글로벌 증시 급등락 등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이 이 상황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에 대한 인체 실험에 돌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후보 약품을 첫 시험 참가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메신저RNA-1273’으로 불리는 이 백신은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바이오테크 업체 모더나와 협업해 개발한 것이다. 임상 1상 시험인 이번 시험에서는 백신이 안전한지, 참가자의 면역 체계에 목표한 반응을 유도하는지를 확인한다.
이와 함께 미국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등 다른 질병 치료제가 코로나19 환자에게도 유용한지 또한 검토하고 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최소 몇 달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FDA는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신속히 일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우리는 다른 증상에 대해 이미 승인된 약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FDA는 클로로퀸을 코로나19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지 등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임상 시험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중국군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19 예방 백신이 당국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인체 실험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지 19시간 만에 공개됐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이 백신은 천웨이 소장이 이끄는 중국군 연구진이 개발한 것이다. 천 소장은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군사의학연구원의 연구원으로 2014년 에볼라 백신을 개발한 적이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미국에 대한 견제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두 나라가 백신 개발 경쟁에서 대등한 위치에 있다”며 “중국이 시험과 승인 절차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체제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백신 출시에서 앞설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인민해방군(PLA) 과학자들에게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군과 과학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중국 지도부는 다른 나라가 먼저 백신을 개발할 경우 체면을 구길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에서는 옥스퍼드대 세라 길버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동물 실험을 시작한다. 이어 다음 달에는 인체 대상으로 안전성 실험을 실시한 뒤 문제가 없으면 대규모 시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러시아의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도 최근 연구자들이 코로나19 예방과 통제를 위한 자체 백신 동물 시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 각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실제로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은 백신이 상용화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디언은 “현재 각국의 백신 개발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임상시험은 과정 자체가 오래 걸리는 데다 승인을 받더라도 백신을 전 세계 수요에 부합하게 생산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효과적인 백신이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될 때쯤에는 이미 해당 팬데믹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돌발적 세균 감염병(EID) 전문가인 아넬리스 와일더 스미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교수는 “백신을 사용하기 전에 팬데믹 확산은 이미 절정에 이른 후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각국은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원인이었던 감염병 창궐 당시 관련 백신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덕분에, 현재 여느 때보다 빠른 연구 속도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 초기에 코로나19의 유전자 배열 순서를 밝혀 이를 공유한 것도 빠른 백신 개발 속도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적격 후보를 충분히 거르려면 임상 시험을 서두르거나 대충할 수 없는 법이다. 통상 한 백신이 모든 시험을 통과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백신 개발은 사업적으로는 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라서 각 연구기관은 생산 시설을 애초에 많이 지어놓지 않는다. 즉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백신의 생산량을 늘리려면 시설을 증축해야 하는데, 이는 빨리 진행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