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7시 40분, 답십리역 4번 출구 역사 내 장경태 민주당 후보의 이름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안녕하세요. 장경태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민주당 시의원들을 포함해 파란색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과 장 후보는 마스크를 끼느라 표정을 숨긴 출근길 지역민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인다. 빠른 걸음을 재촉하던 20대 남성이 건네받은 명함과 장 후보의 얼굴을 번갈아 흘끗 살펴보며 관심을 기울인다. 장 후보는 투명 마스크를 낀 채 이따금 다리를 굽히며 스트레칭하기도 했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다 말고 눈이 마주친 시민들을 향해 다시 인사를 건넸다.
#2. 오전 10시 20분, 장안2동 해장국집, 꽃집, 약국, 세탁소, 부동산 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민병두 무소속 후보다. “성당 못 가셔서 어떡해”, “양평 땅은 어찌 되셨어”, “누님, 동생 왔어. 오늘 사장님은 안 나오셨네”…. 지역민과 자연스럽게 일상을 주고받는 그는 지역구 현역답게 “저예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어떻게 이번엔 9번으로 나오셨어”란 말에 민 후보는 청년우선공천을 설명하며 “제 나이가 많아서 안 해줬다. 나이 마흔 넘은 게 죄는 아닌데 말이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 덧붙이며 “힘들게 됐어요. 너무 불쌍하잖아, 더블로 도와주세요”라고 읍소했다. 오토바이를 탄 채 먼저 인사를 건네온 60대 남성은 “내가 몇 년째 팬”이라며 주먹 쥔 손을 힘차게 추켜올렸다. 검은색 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면서 다가와 민 후보에 팔을 뻗어 악수를 했다.
#3. 오후 1시 30분,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하는 중랑천 뚝방길.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유승민 의원은 “벚꽃비가 내리네요”라며 다정한 대화를 나눴다. 한 60대 남성이 “내가 잘 압니다. 이혜훈 후보, 서울대 경제학과 나왔잖아”라고 하자, 유 의원은 “맞습니다, 최고의 경제 전문갑니다. 우리 이혜훈 후보 잘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응했다. 유승민 의원은 “무조건 2번”이라고 외친 50대 남성의 말을 반복하며 흐뭇해했다. 이날 이혜훈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선 유 의원을 향해 지역민들은 “오랜만에 나오셨네요”라고 반갑게 호응했다. 유승민 의원은 현장을 떠나면서 이 후보에 “내일부터 선거유세 차량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시 이야기 나눠보자”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 후보 역시 갖고 있던 투명 마스크를 여러 장을 전해주며 백의종군으로 나선 유 의원을 향해 고마움을 나눴다.
동대문을 지역구 첫 여론조사가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1일 서울 동대문을 각 선거캠프엔 지각변동을 예고한 결과에 저마다 분위기가 고조됐다. 오차범위 내 박빙이다. 애초 동대문을은 2명의 골리앗 대 다윗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3선 이혜훈 의원과 민병두 의원, 초선에 도전하는 장경태 후보의 3파전이 예고됐던 상황. 이 가운데 뒤늦은 감이 있는 첫 여론조사가 발표돼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동대문구을 선거구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장경태 민주당 후보가 35.7%, 이혜훈 통합당 후보가 32.2%를 기록했다. 이는 3.5% 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4.4%p) 내 접전이다. 이어 민병두 무소속 후보는 17.7% 등을 기록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경합 결과에 장 후보 측은 RDD 유선이 섞여 오히려 민주당에 불리했다는 입장이다. 장경태 후보는 “젊은 유권자로 인해 더욱 지지층이 올라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추후 민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야권 연대가 아니기에, 단일화라는 표현엔 동의할 수 없다. 완주 조건에 대한 약속은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 후보가 “1위가 어려우면 민주당 청년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만난 민 후보는 “바닥 민심만 보면 1위 할 수 있다고 체감한다. 완주를 목표로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아무래도 정당투표 성향이 강해진다”며 “이 점이 제가 딛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인물론으로 헤쳐나갈 것”이라며 “동대문 발전을 초보운전자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전곡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 상인 역시 민 후보에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 민주당을 찍어야 할지, 사람을 보고 찍어야 할지. 왜 갈려서…”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혜훈 후보는 첫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번 KBS 조사보고 너무 놀란 게 보수는 당이 하나지 않나. 29%가 안 된다. 민주당은 당이 여러개다. 민주당만 해도 39%로 정의당, 민생당 등 범여권을 다 합하면 58.6%다. 두 배가 넘는다. 그러니 이게 뭐, 그래서 (동대문을은) 사지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갈 길이 멀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읍소했다. 이 후보는 “그렇다고 절망적인 건 아니고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자고 힘내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또 서초갑 3선이었던 그가 타지 출신이란 시각에 대해 “동대문은 할 일이 많고 일이 진전이 안 돼 다들 답답해하는 상황”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원래 해결사는 안에서 못 구하고 밖에서 데려오는 것”이라며 해결사를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