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채다은 변호사 “디지털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형기 합산주의' 도입해야"

입력 2020-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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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물은 범죄 결과물…보는 것만으로도 더 큰 범죄 방조하는 것”

▲채다은 법무법인 월인 변호사.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악랄한 범행도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이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검찰은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을 성행시킨 닉네임 ‘와치맨’ 전모(38)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가 비난 여론이 커지자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법원은 ‘n번방’을 ‘갓갓’에게 물려받은 ‘켈리’ 신모(32) 씨에게 징역 1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성 착취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대법원은 새 양형기준 논의에 나서고, 검찰은 이들과 조 씨의 연관성 여부를 캐기 위한 추가 수사에 나섰다. 이와 함께 ‘박사방’ 가담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적용하려 애쓰고 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최소한의 통솔 체계 등 네 가지 요건이 성립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성범죄 혐의와 달리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채다은 법무법인 월인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8일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역할 분담과 목적을 같이 한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는 있으나 공소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n번방’ 사건 가해자 가운데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처벌 수위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수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n번방’ 사건 피의자 140명 중 25명이 10대다. 경찰이 유료 회원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기로 한 만큼 10대 가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채 변호사는 “미성년자 가해자에게 소년법을 적용하면 성인보다 감경될 수 있다”며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벌이 자체가 불가능하고, 법 개정으로 연령을 하향한다고 해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처벌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년법 제60조는 ‘소년범의 경우 장기는 10년을 넘지 못하도록, 단기는 5년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만 10~13세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가장 무거운 처분인 10호는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최장 2년)으로 전과에도 남지 않는다.

채 변호사는 △정신적ㆍ육체적 치료 △성 착취물 삭제 △가해자 엄벌 등을 피해자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성범죄에 대한 전체적 형량의 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무고 가능성과 과도한 구성요건의 확장, 진술 신빙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채 변호사는 ‘형기 합산주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여러 개의 죄에 하나의 형을 선고하지 않고, 각각의 죄마다 형을 선고해 합산하는 형태다. 미국서 징역 100년형 선고가 가능한 이유다.

채 변호사는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범죄 유형을 포섭하기 위한 법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의 피해자 검색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등 실효성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 착취물은 범죄의 결과물이고, 이를 단순한 호기심이나 성적 욕망으로 다운받아 보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이는 더 큰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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