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 코로나19 대응…단순한 마스크부터 첨단 의료기기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발 빠르게 의료용 기기를 생산 중이다.
사태 초기에는 방역과 생산에 집중한 반면, 팬데믹 이후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속속 의료용 장비를 생산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나섰다.
자동차 산업은 3만여 개의 부품이 모여 이뤄지는 종합 부품산업이다. 그만큼 단순 조립부품부터 첨단 장비까지 한데 모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장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단순 보호 장비는 물론, 의료용 핵심 전자기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부품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량생산 체제를 기본으로 갖춘 덕에 간단한 공정 전환으로 대대적인 의료기기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다.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의 처연한 노력을 살펴보자.
◇폭스바겐 3D 프린터 활용해 안면 보호구 제작=독일 폭스바겐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의료진의 안면보호구 제작에 나섰다. 투명한 가리개가 부착된 안면보호구는 얼굴 전체를 보호해 이른바 '비말 감염'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한다.
폭스바겐은 전담 태스크포스팀도 구성했다. 3D 프린터의 사양과 재료, 프린팅 소프트웨어, 인력 배치 등을 조율한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와 잉골슈타트에 자리한 폭스바겐 3D 프린팅 센터를 포함, △아우디와 △벤틀리 △부가티 △만트럭 △포르쉐 △폭스바겐 상용차 공장에서 대대적인 안면 보호구 제작이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50여 대의 3D 프린터가 숨 바쁘게 가동 중이다.
이미 4월 초까지 수십만 개의 의료용 안면 마스크와 방호복을 독일의 공중보건시설에 전달했다.
폭스바겐과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등이 참여 중인 ‘유럽 3D 프린팅 네트워크’도 힘을 보탰다.
안면 보호구 일부는 이탈리아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게 일고 있는 스페인 의료진에게 공급됐다. 독일 함부르크에 모여 검수를 마친 안면 보호구는 에어버스 항공편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공수됐다.
◇타이어 기업 미쉐린, 의료용 바이저 생산=미쉐린그룹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마스크'와 ‘안면 바이저’ 생산에 나섰다.
미쉐린은 자체 생산 설비는 물론, 협력사와 함께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폴란드ㆍ루마니아 등 유럽 10개 공장에서 매주 약 40만 개의 의료용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생산된 마스크는 공식 기관의 승인을 받은 후 각 지역의 보건의료 종사자, 자사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제공된다.
단순 마스크 이외에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도 준비 중이다.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재사용 마스크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이다.
5월까지 매주 1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하는 것이 미쉐린의 1차 목표. 나아가 6월 말까지 매주 500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마스크 외에도 의료 종사자를 위해 살균이 가능한 '안면 보호용 바이저'도 생산한다. 이달 안에 1만여 개의 보호용 바이저를 생산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현지 병원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산소호흡기, 의료기기, 환자 자세 안정화용 쿠션 및 손 소독제 등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내장재 개발팀, 마스크 개발 나서=유럽에서도 사태가 심각한 이탈리아 방역에는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가 힘을 보탰다.
람보르기니는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제작해 의료기관에 전달한다. 이를 위해 슈퍼카 생산 공장을 개조했고, 현재 하루 1000개의 마스크와 200개의 글라스 형태 보호장구를 생산 중이다.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 생산을 일부 포기한 셈이다.
마스크 개발과 제작에는 람보르기니의 내장재 개발 담당들이 참여했다. 글라스 형태의 보호장구 개발과 생산에는 슈퍼카에 포함되는 탄소섬유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 ‘볼로냐 외과 대학’의 유효성 검사를 마친 뒤 이를 의료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적십자 첨병 랜드로버, 160대가 구호활동=20세기 초, 오지를 찾아 구호활동을 벌여온 구호단체를 상징하는 차가 랜드로버다.
랜드로버는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영국 적십자에 신형 디펜더를 포함 57대의 구호지원차를 제공했다. 영국 외에도 호주와 프랑스, 남아프리아,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에 160대의 차량을 제공, 방역과 구호활동을 지원했다.
랜드로버 역시 3D 설계 노하우를 활용해 보호 바이저의 생산에 돌입했다.
매주 5000개 이상의 바이저를 생산해 의료기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GM과 포드, 쿨링 시트 부품으로 인공호흡기 생산=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국방물자생산법'을 제정했다.
대통령이 민간기업에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 물품 생산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이 조치를 내렸고, 미국 포드와 GE 헬스케어는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 생산에 나섰다.
미국 미시간주 포드 부품 공장은 7월부터 매달 3만 대의 인공호흡기 생산을 목표로 현재 공정 전환을 추진 중이다. 본격적인 인공호흡기 생산은 오는 20일 시작한다.
또다른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도 의료기기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동참했다.
FCA는 경찰과 응급 구조대원, 소방관, 의료시설 종사자 등에게 매달 100만 개 이상 보호용 안면 마스크를 제조해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FCA는 앞으로 몇주 안에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제조를 시작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에도 인공호흡기 생산을 요청했다. 앞서 이달 초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인공호흡기 3만 대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포드와 GM은 자동차 쿨링 시트에 포함되는 전기모터와 팬을 개조해 인공호흡기용 부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