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될라'… 서울 고가 아파트 급매물 '우르르'

입력 2020-04-19 16:24수정 2020-04-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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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총선 압승 이후 시장 '술렁'… 6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맞물려 실망 매물 '쑥'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승리로 끝나면서 부동산 시장 규제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에선 급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반면 '내 집 마련' 타이밍을 노리는 수요자들은 매물 주워 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4%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3월 마지막 주 하락세로 전환한 후 4주째 떨어지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선 한 주 전보다 아파트값이 0.08~0.14% 하락했다. 특히 서초구에선 일주일 새 0.14% 떨어져 2016년 1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강남권에서도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선 최근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이달 초 32억 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선거가 끝난 후 30억 원으로 호가가 낮아졌다. 직전 실거래가(31억 원)보다도 1억 원 낮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선 가격 변동이 더 심하다. 신축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용 보유자가 많아 시장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형은 1층 매물 호가가 17억5000만 원까지 낮아졌다. 올해 초만 해도 은마아파트는 교육 제도 개편에 따른 학군 특수로 저층 매물도 가격이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말 1층 매물이 20억 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시세가 2억500만 원 떨어졌다. 총선 결과에 실망한 다주택자가 빠른 처분을 위해 가격을 낮춰 아파트를 내놨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아파트 전용 105㎡형도 최근 21억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다음 달 말까지 잔금까지 치르는 게 조건이다. 3월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전용 105㎡형은 한강ㆍ도심 조망권에 재건축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23억 원까지 몸값이 올랐다. 이 매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고가보다 3억8000만 원 가까이 조정된 급매물이다. 가격은 더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강남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풀이한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이 인상되고 공시가격도 상향되면서 보유세 부담은 늘어났는데 대출 규제와 주택 구입 출처 증빙 절차는 강화되면서 매수세는 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전용 76㎡형의 경우, 지난해 보유세 부담이 1주택자 기준 약 328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668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당이 총선에서도 승리하면서 이 같은 규제 기조가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간 민주당은 종부세법, 주택법(의무 거주 기간 확대ㆍ분양권 전매 규제 강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재건축ㆍ재개발 감독 강화) 개정 등을 추진하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뒷받침해왔다. 20대 국회에선 야당 반대로 이 같은 법안이 제대로 입법되지 못했다. 하지만 여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가 열리면 규제 입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함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빠르게 안정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라며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다주택자 과세 강화, 3기 신도시 개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시장 안정화 정책 추진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이 6월 말로 다가오면서 주택 처분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6월 이후엔 장기 보유자라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처분할 때 2주택자는 1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 양도소득세율이 가산된다.

조바심이 커지는 집주인과 달리 수요자들에겐 급매물 증가가 좋은 기회다. 싼값에 노른자위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엔 급매물에 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압구정동 T공인 관계자는 "5월 말이 지나면 현재 나와 있는 좋은 매물은 팔리거나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이 좋은 매물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 모습대.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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