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씨엘은 이날 각각 1억3000여만 원과 7800여만 원의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30일까지며 계약금은 선입금됐다.
피씨엘의 진단키트 공급계약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했다. 31일에만 3억5000여만 원의 공급계약 사실을 전했다. 또 4월 들어서는 거의 매일 수건의 공급계약 소식이 이어졌다. 피씨엘은 3월 말부터 이날까지 25건에 걸쳐 총 25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모든 계약의 계약금은 이날과 마찬가지로 선입금됐다.
이에 따라 급격한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 피씨엘은 면역진단용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 및 제조 등을 주요 사업으로 2008년 2월 설립됐고 2017년 2월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성장기업으로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피씨엘은 감염 일수에 따라 검출 정확도가 조금씩 다른 4종류의 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검사 시간은 짧게는 1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통상의 신성장기업 상장사들이 그러하듯 피씨엘 역시 수익구조는 취약했다. 전성기라 할 만한 2011~2012년 매출은 8억~10억 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2~4억 원 안팎이었다. 그나마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다.
피씨엘의 매출은 2013년 5억여 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 났고 그해 3억여 원을 시작으로 매년 적자가 발생했다. 외형도 갈수록 줄어 작년에는 매출이 3600만 원에 그쳤다. 반면 연구개발비와 임직원 급여는 갈수록 올라 영업손실 규모는 최근 2년간 60억 원으로 느는 등 급격히 증가했다.
결손금 규모가 커지면서 피씨엘의 재무 안정성 훼손에도 속도가 붙었다. 상장 당시 2.8%까지 내려간 부채비율은 지난해 170.5%로 껑충 뛰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5억 원에 그쳐 연 60억 원 이상으로 오른 판관비를 감당하려면 외부의 자금 수혈도 예상됐다. 이러한 시점에 나온 대규모의 진단키트 공급계약은 피씨엘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도 이러한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을지는 섣불리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흑자전환 등은) 분기 실적은 전달받은 것이 없어 (공시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분기에는 매출이 잡힌 게 거의 없고 4월부터 늘어 진단키트 매출이 본격 반영되는 것은 2분기 실적부터가 될 것”이라며 “진단키트 공급이 얼마나 지속될지 변동성이 커 연간 실적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