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가 헤지펀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변동성 확대와 함께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운용전략에 비상이 걸리면서 연일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31조5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7% 감소했다. 연초(34조 원)와 비교하면 3조 원 이상이 쪼그라든 셈이다. 총 2286개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3.72% 수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19.09%)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하다.
통상 헤지펀드는 공매도와 롱쇼트(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하는 차익거래), 레포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사용해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다.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거액의 차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해당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략별로 살펴보면 롱쇼트와 멀티전략 펀드 성과가 가장 저조했고 메자닌 펀드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며 “지난달 성과가 좋았던 IPO(기업공개) 펀드는 주식시장 부진 여파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한달 간 ‘마이다스캔들아시아롱숏전문투자형사모(H)(주식-재간접)Ci2’는 -2.81%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자](주식)-A’(-1.39%), ‘KB미국롱숏전문투자형사모1(주식-재간접)’(-1.12%) 등도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대출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한 펀드도 큰 손실을 봤다. ‘신한BNPP북미기업대출전문투자형사모1(대출채권-재간접)’(-10.58%), ‘베어링북미대출채권A전문투자형사모특별자산3(대출채권-재간접)’(-10.48%), ‘HDC뱅크론전문투자형사모특별자산2(대출채권-재간접)’(-1.34%) 등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헤지펀드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교적 외부 변동성이 적은 IPO와 채권형 펀드는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GBUnicornPre-IPO전문투자형사모1’(72.80%), ‘브레인Pre-IPO전문투자형사모23C-C-S’(34.97%), ‘파인밸류IPO플러스V전문투자형사모C-A’(20.82%), ‘NH-Amundi글로벌본드전문투자형사모1(채권-재간접)’(20.05%), ‘교보악사미국하이일드전문투자형사모1(채권-재간접)’(9.0%) 등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까지 헤지펀드에 부정적인 투자 상황”이라며 “당분간 숏포지션이 불가능해진 만큼 펀드매니저의 전략 자유도가 축소됐는데 이는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