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100일 넘게 지속되면서 소비심리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국민들의 생활형편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쇼핑 등을 제외하곤 돈을 쓰고 싶어도 쓰기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소비와 관련된 모든 지표와 향후 전망도 최악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4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3월보다 7.6포인트(P) 하락한 70.8을 나타냈다. 3월에도 CCSI는 18.5P나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경제상황, 씀씀이를 늘릴지의 여부, 앞으로의 취업기회 등에 대해서도 매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현재경기판단지수(31)가 지난달보다 7P, 향후경기전망(59)은 3P 내렸다. 현재와 6개월 전을 비교한 현재생활형편지수(77)는 6P, 6개월 후 생활형편전망(79)은 4P 떨어졌다. 가계수입전망(83)도 4P, 소비지출전망(87)은 6P 하락했다. 어느 지표 할 것 없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나쁘다.
취업기회전망지수는 58로 6P 내렸고, 가계부채전망은 102로 3P 높아졌다.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소득은 줄어드는데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큰 폭 쪼그라들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서 3월 국내 카드승인금액이 전년 동월보다 4.3% 줄었다.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6.4%나 감소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4%로 끌어내렸다.
정부는 1·.2차에 이어, 내수반등을 위한 종합대책을 담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소비진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도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신속히 지급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한 시간표를 보다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한 응급처방으로 막대한 돈을 풀고 있다. 재정 악화를 감수한 것이니만큼 직접적으로 소비를 살리고 기업의 생산 증가, 고용 확대를 촉진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앞서 지급된 지역화폐나 소비쿠폰의 경우 벌써부터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이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일본에서 정부가 돈을 뿌렸지만 국민들이 현금으로 챙기고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실패사례가 있다.
무작정 돈을 뿌리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돈을 쓸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소비를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해 줘야 한다. 그럼에도 대형 마트의 입지 제한, 의무 휴업 등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