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파크가 담보권을 보유한 씨앤한강랜드의 선착장 소유권을 이전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임병석 전 씨앤그룹 회장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임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임 전 회장은 횡령,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중이던 2011년 8월 씨앤한강랜드 선착장 소유권을 A 사로 이전하도록 지시해 양도담보권을 보유하고 있던 이랜드파크에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서울구치소에 면회를 온 허현식 전 씨앤한강랜드 대표 등에게 직접 지시했고, 총 146억 원 상당의 선착장 9개의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씨앤한강랜드의 경영권을 가져간 이랜드파크가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핵심자산을 옮긴 것으로 파악했다.
1심은 “이랜드파크가 양도담보권은 취득했으나 선박법에 따른 등기대상인 선착장을 등기하지 않아 제3자의 물권변동에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가 된 선착장은 선박법상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해당해 2010년 6월부터 등기가 가능하게 됐다. 상법은 등기, 등록할 수 있는 선박의 경우 소유권 이전은 합의만으로 효력이 생기지만 이를 등기하고 선박국적증서에 기재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
반면 2심은 “씨앤한강랜드는 상법상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고, 이를 이유로 무죄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며 임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허 전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허모 전 이사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해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며 임 전 회장에게 이랜드파크에 대한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양도담보권자인 이랜드파크의 담보권을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인들을 이랜드파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해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호,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 전 회장은 계열사 보유 선박 매각 과정에서 90억여 원을 빼돌리는 등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주가조작으로 245억 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2010년 11월 구속기소 됐다. 임 전 회장은 재상고심을 거쳐 징역 5년, 벌금 2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이랜드파크는 A 사를 상대로 선착장에 대한 소유권 분쟁 소송을 제기해 2015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