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된 사람 탓하는 경향 바꾸고 싶다”…의료인·필수 업종 종사자 차별도
10일 AP통신에 따르면 가도노 아리사씨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지난달 초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식품 사업 쪽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으로만 확인됐지만, 머잖아 그는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됐다. 만난 적도 없는 야구선수와 식사했다든지, 그가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등의 루머였다.
가도노씨는 3주간의 입원을 마친 뒤 일본 서쪽의 히메지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치 내가 범죄자가 된 기분”고 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차별과 편견에 직면한 다른 사람들도 많다”며 “감염된 사람들을 탓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정말로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소포 배달,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필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들의 가족 또한 마찬가지였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간호사는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엄청난 압박을 받으면서 최전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지 우리가 의료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의욕을 꺾고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호소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그들이 주로 식사하는 식당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한다. 몇몇은 택시 운전사들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질병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 이외에도 생경하거나, 불결하거나, 성가시다고 여기는 것들을 거부하는 문화 속에서 깨끗함과 청결함을 중시하는 뿌리깊은 관념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주류 혹은 ‘순수’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봉건시대의 유산이다. 당시에는 가죽 무두질이나 도살과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부정하다고 여겼다. 한센병 환자들은 치료법이 발견된 뒤에도 수십년을 고립된 채 살아야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가 병에 걸린 몇몇 사람들의 진료 회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감염의 위험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경찰은 지난달 혼자 집에서 죽거나 길거리에서 쓰러진 십여 명을 발견했으며, 이들은 후에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에서도 유럽 등 해외에서 벌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의료진들과 꼭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해 칭찬과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환자 지원금이나 병원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차별을 퇴치하는 운동이 첫발을 뗀 것이다. 훗카이도의 한 간호사는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하기 시작했다”며 “이웃 가게들이 이따금 팬케이크, 튀긴 국수, 우유 같은 것들을 우리에게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