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현 유통바이오부 기자
편의점 본사들은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육류와 잡화 판매가 몇 배씩 늘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한 개 팔리던 상품이 두 개 팔리면 매출이 두 배 오른 셈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편의점에서 이런 것도 팔고 있으니 재난지원금을 써달라는 마케팅이기도 하다.
편의점 본사들은 ‘슈퍼 갑’인 담배회사 눈치를 보며 매출 언급을 자제하지만, 현장에서는 재난지원금으로 무엇보다 담배 판매가 가장 늘었다는 게 한목소리다.
서울 영등포구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은 재난지원금으로 담배를 살 수 있냐는 손님 질문이 4월에 하루 평균 4~5번에서 이달 들어 8~10번으로 늘었다고 했다. 경기도 주택가에서 편의점 2곳을 운영하는 한 점주 역시 “이달 들어 보루 단위 담배 구매고객이 늘어 평소 30%였던 담배 매출비중이 50%까지 오르는 날이 잦아졌다”고 했다.
담배 판매 증가는 소상공인 돕기라는 재난지원금 취지에 맞는 걸까? 담배는 통상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미끼 상품’이지만 마진율이 적어 점주 입장에서 효자상품은 아니다. 과자나 라면, 주류 등의 마진율은 20~30%대지만 담배 마진은 9% 내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누구 몫으로 돌아갈까? 담배 1갑 4500원 기준으로 점주 몫은 약 400원인 데 비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은 3300여 원. 점주 몫보다 8배가량 높다.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된 4월부터 편의점 담배 매출이 늘자 학계와 현장에서는 담배를 재난지원금 대상 품목에서 제외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장 기간이 긴 기호상품인 담배 판매 증가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에 대답은 없다. 생색만 내고 다시 세금으로 거두길 바란 걸까. 재정 부담에 재난지원금 기부를 독려하는 정부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