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외부활동 줄며 소비성향 7.9%P 급락
가계가 지갑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소득 증가율이 둔화한 가운데,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인 소비성향은 7.9%포인트(P) 급락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줄었다. 비소비지출은 108만6000원에서 106만7000원으로 1.7% 감소에 그쳤지만, 소비지출이 306만1000원에서 287만8000원으로 6.0% 급감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5.0%에서 67.1%로 떨어졌다. 소득 분위별론 저소득 가구의 감소 폭이 컸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브리핑에서 “통상적으로 보면 전년도 4분기에 비해서 다음연도 1분기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지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전년 마지막 분기에 비해서도 지출이 감소했다”며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8년이나 2008년의 적자가구 감소 및 소비·지출 감소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의류·신발은 28.0%, 문화·오락은 25.6%, 교육은 26.3% 각각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쇼핑·여행 등 외부활동이 줄고, 학원 등 운영이 중단된 탓이다.
그나마 저소득 가구의 지출 감소는 소득 감소로 일정 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소득 5분위별로 1분위(하위 20%) 소득은 149만8000원으로 지출(175만1000원)보다 적었다.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가구 비율이 높아 지출이 늘기 어려운 구조다. 1분기 1분위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와 같았는데, 항목별로 근로소득이 3.3%, 사적이전소득은 14.1%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이나 추가적인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활동이 줄면서 소비지출은 더 큰 폭으로 줄게 됐다. 소비지출 항목별로 1분위에선 가정용품·가사서비스가 46.7%, 의류·신발이 36.0%, 오락·문화는 26.1% 급감했다.
2~3분위도 소득 증가율이 각각 0.7%, 1.5%에 그쳤다. 1분위와 마찬가지로 근로소득이 줄었다. 3분위는 소득 증가율이 1~2분위보다 높지만,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1.7%에 머물렀다.
상대적 고소득층인 4~5분위(상위 20~40%)는 소득이 각각 3.7%, 6.3% 늘었음에도 소비지출이 줄었다. 항목별로 4분위는 의류·신발(-26.4%)과 교육(-22.0%), 5분위는 오락·문화(-34.4%)와 교육(-27.5%) 지출을 크게 줄였다. 주로 쇼핑·여행 관련 지출이다. 반면, 보건 지출은 각각 31.5%, 9.9% 늘었다. 교통 지출도 21.0%, 27.5% 증가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 구입과 자차 이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그나마 지출이 늘어난 항목은 식료품·비주류음료 정도다. 평균 44만5000원으로 10.5% 증가했는데, 채소·육류가격 인상에 더해 외식 자제로 가구 내 소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세부항목별로 채소와 그 가공품은 23.2%, 육류는 13.6% 각각 증가했다.
소비지출이 급감하면서 가계수지 흑자액 급증(38.4%)에도 웃기 어렵게 됐다. 흑자액이 커진 게 순전히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어서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구조다. 분배가 악화한 것도 골칫거리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 들어서도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분배 악화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는 저소득·취약계층의 소득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방안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