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되는 듯 했던 신구(新舊)산업 간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건설·부동산업계에서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부동산 시세 제공 스타트업인 빅밸류 간 갈등이 '제2의 타다' 사태로 언급되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감정평가사협회는 빅밸류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빅밸류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부동산 시세 및 담보가치를 자동으로 평가해주는 연립·다세대주택 시세 플랫폼 '로빅'을 운영하고 있는데, 협회가 이를 사실상의 평가 업무로 보고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빅밸류는 측은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빅밸류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혁신 서비스로 지정받아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을 당시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것이 근거라고 제시한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빅밸류가 최근 사업 영역을 연립·다세대주택에서 아파트로 확장하면서 벌어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부동산업계에 새로운 기술이 유입되면서 발생하게 된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건설·부동산이라는 전통산업에 '프롭테크'(부동산(property)+기술(technology)라는 혁신산업이 들어오면서 충돌이 일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제2의 타다 사태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롭테크에는 빅데이터와 가상현실(VR) 등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두루 활용되는 만큼 중개 및 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 조달 등 분야도 다양하다. 기존 산업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 역시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중개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중개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 등 중개어플의 등장으로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중개어플들은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그간 불공정했던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사실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는데 갈등은 필수불가결한 요수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생산적인 갈등은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풀어내냐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정부 역할이다. 신구 사업간 갈등은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다. 오히려 승자와 패자로 결론 나는 순간 산업의 발전은 한 걸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타다 사태에서 이를 경험했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산업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고 갈등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앞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전거복철(前車覆轍, 앞에 가던 수레의 뒤집어진 바큇자국은 뒤에 가는 수레의 경계가 된다)’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