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어떤 사안이든 ‘팩트’에 근거해 판단하겠다는 원칙은 절차적으로 온당하다. 다만 민주당이 이제껏 모든 사안에 대해 이런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니다. 과거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가 나온 뒤 2시간 만에 제명 결정을 내렸다. 총선용 영입 인재 2호 인사였던 원종건 씨가 거취를 정리한 것도 ‘미투(Me too)’ 논란 하루 만의 일이었다. 이들에 대한 결과적인 평가를 떠나 명확한 진상규명에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좀 더 가까운 사례로는 부동산 명의신탁과 재산신고 의혹 등을 받았던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사례도 있다. 민주당은 양 당선인을 우선 제명한 뒤 검찰에 고발하는 방식을 취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선(先)제명, 후(後)사실 확인’으로 대응한 셈이다. 양 당선인은 여전히 “수사기관에서 결백을 입증하겠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뒤 상황만 놓고 본다면 해당 논란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사실관계 확인이 진행 중이다.
각종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일관되지 않았다. 때로는 절차적이었고, 때로는 정무적이었다.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때그때 달랐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론이 악화되는 국면에서 사실관계를 먼저 보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큰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논란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은 판단을 미루는 것조차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라고 여기게 된다.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 미래통합당은 ‘윤미향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쟁점화할 기세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을 일컬어 ‘제2의 조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21대 국회가 새 출발하는 시점부터 정치권이 둘로 쪼개져 또다시 대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