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핀란드 대사
김 위원장 건강 위중설의 회오리바람은 그가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가속이 붙었다. 할아버지의 묘소에 상주는 가지 않고 아랫사람들만 참배를 하게 하자 부쩍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5월 1일 그가 전과 달라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자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추측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그렇더라도 모든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은 4월 11일 이후 어느 시점부터 원산에 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는 한·미 양국에 의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그 후에도 김 위원장이 평양에 가지 않고 평양 인근에 있는 강동군에 머무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김 위원장은 어린 시절 농구를 무척 좋아했고 자주 밤늦게까지 농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구는 구기 종목 가운데 격렬한 편에 속한다. 체중이나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운동이다. 따라서 겉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상태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인 그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에 가지 않는 이유를 방역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긴 시간 평양을 비운 징후들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유럽 국가에서는 당뇨, 고혈압, 과체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취약 그룹으로 분류하고 일반 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의 보건위생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흡연도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유럽에 있다면 취약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의료진은 그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할 수 있다. 그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빼먹고, 사람이 많은 평양으로 가지 않고,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공개 활동을 피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줄어든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채택 이후에도 대북 제재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의견이 있다. 2019년 북한 경제가 크지는 않지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고 쌀 가격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들이 그런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제재는 5년 정도는 지나야 효과가 난다는 말이 있다. 이제 3년이 되어간다. 수출을 해서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면 조만간 외화는 바닥이 나게 되어 있다. 지난달부터 북한 당국이 민간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거두어들이기 위해 외화 채권을 강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국경지역에서 환율이 요동하는 징후가 있다는 말도 있다. 외화가 없어 필수적인 산업 원부자재를 수입하지 못하면 북한 경제는 심각한 기능장애에 빠질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쳤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경제현장 현지지도가 마땅치 않아졌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쓸 수 있는 한 가지 카드가 무력도발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 위원장은 작년 말 당 중앙위원회에서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 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해 놓았다. 지난달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는 말이 나왔다. 핵전쟁 억제력을 갖는다는 것은 2차 핵공격 능력을 갖는 것이다. 핵탄두를 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대표적인 2차 핵공격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단추 위에 손을 얹고 있는 김 위원장의 고심이 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