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략팀장(사장) 등 3명에 대해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수사로 이미 증거가 많이 수집돼 인멸의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인인 이 부회장의 경우 도주의 우려도 현저히 적다는 삼성 측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다만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언급하면서 검찰은 1년 7개월간 이어온 수사의 정당성은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4일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팀장의 경우에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일환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회계처리 당시 자회사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 원 늘린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를 '분식회계'로 파악하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같은 배경에 2015년 9월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0.35주로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하면서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도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및 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처리 및 기소 여부를 이달 내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