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통위는 매 발톱 숨긴 비둘기
1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28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0.50%는 한국경제 역사상 최저수준이지만 명목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에 근접할 정도의 전례 없는 환경에 처한 만큼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이유로 민간과 정부의 금융비용 완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명목수요 하락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코로나19 위기는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채무상환 부담을 포함하는 제반 금융비용을 덜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국채 발행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대응하고 있는 만큼 재원조달 비용의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정책과의 조합을 지향하는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므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국고채 매입을 통해 시장 전반의 금리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B로 추정되는 위원은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지면서 금융불균형과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코로나19가 재확산하거나 감염병 확산이 예상보다 빨리 진정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면서 금리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함과 동시에 다양한 통화신용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물가와 관련해 “적극적인 정책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하락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C위원도 매둘기로 분류할 수 있겠다. C로 추정되는 위원은 “과도한 유동성 내지는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부채 문제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지금은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으로 당변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또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들의 부담완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정부의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D위원은 매파로 돌아선 분위기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성장과 물가를 부양할 필요성이 금융불균형 심화를 억제할 필요성보다 시급하다”면서도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지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실물과 금융시장간 괴리 가능성도 우려했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실물경제 부진과 금융시장 개선 사이에서 괴리가 과도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개선이 실물경제 개선으로 파급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가 중장기적 시계에서 볼 때 자산가격 상승, 부채누증에 따른 상환부담과 부실위험 증대 등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3월 임시 금통위에서 50bp 인하에 반대하고 25bp 인하를 주장했던 E위원은 중립성향을 보였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대내외 감염병 확산이 상반기 중 정점을 지난다는 특정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 회의에서 인하애 우리 경제에 대한 하방리스크를 완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0.50%로 결정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또, 새로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조윤제 위원은 이번 기준금리 결정회의 의결에서 제척됐다. 보유 주식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 직무관련성 심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