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에 뒤바뀐 1·2위…中, 스마트폰·TV.조선 등 韓 추월

입력 2020-06-17 14:57수정 2020-06-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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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시장에 스마트폰·TV·조선 ‘울고’…배터리 ‘웃고’

(사진제공=삼성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주요산업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일찍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의 내수 시장이 먼저 살아나면서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상승해서다. 다만, 중국기업은 대부분 자국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한국 기업의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등 지역의 유통판매와 생산재개가 시작된 점, 이들 지역의 ‘보복 소비’ 현상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성적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웨이 4월 삼성 제치고 첫 스마트폰 1위 = 1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4월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한 6937만 대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1.4%, 19.1%였다.

(그래픽=이민지 기자 leem1029@)

400달러(약 48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 글로벌 베스트셀러 톱5에도 삼성 스마트폰은 포함되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톱5중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애플 제품이었으며, 마지막 5위는 화웨이의 메이트30 프로 5G가 차지했다. 5G 제품이 프리미엄 부문 베스트셀러 탑5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위는 아이폰11, 2위는 아이폰11프로 맥스, 3위는 아이폰11프로, 4위는 아이폰 XR였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먼저 회복을 시작한 가운데, 화웨이가 4월 중국 시장 스마트폰 판매의 76%를 차지하며 혜택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삼성ㆍLG, 2분기 TV 1위 자리 중국에 내줄 듯 = TV 시장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명암이 엇갈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 예상 출하량(시장 규모)은 총 3861만700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17% 감소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9%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2분기 TV 예상 출하량은 총 1277만9000대로 1분기(1677만8000대)보다 400만 대가량(-23.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2분기 예상 출하량은 1분기(1514만3000대)와 비슷한 1514만9000여 대로 우리 기업들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2분기 TV 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 33.1%, 중국 39.2%로 예상되며, 중국과 우리나라의 점유율 격차는 6%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3일 온에어한 LG 올레드 TV 새 광고 '인류의 컬러' 편 화면 갈무리. (사진제공=LG전자)

◇‘선박 수주’ 3개월 연속 中에 밀려 = 조선업도 중국이 강세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월 대비 40% 감소한 57만CGT였다. 중국 27만CGT(점유율 47%), 한국 23만CGT(40%), 일본 5만CGT(9%)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1~5월 국가별 누계 수주 실적 역시 중국이 288만CGT(62%)로 1위를 기록했으며, 한국 90만CGT(19%), 일본이 49만CGT(11%)로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3개월 연속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3월 수주량은 중국(65만CGT), 한국(3만CGT), 일본(2만9000CGT) 순이었다. 4월 역시 중국(73만CGT), 한국(23만CGT) 순서를 기록했다.

◇中 전기차 침체…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 2배 ↑= 배터리 시장은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4월까지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ㆍPHEVㆍHEV) 탑재 배터리 누적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이 6.6기가와트시(GWh)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같은 기간 18.9%, 74.3% 성장하며 6위에서 5위, 9위에서 7위로 올랐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BYD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위, 3위에서 32.7%, 70.5%씩 역성장하며 각각 3, 4위로 내려앉았다.

해당 기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본격적인 침체 국면이었다. 현지 배터리 업체들도 이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PC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中 기업, 자국 내수시장 발판 삼아 韓 위협 = 중국기업들은 막대한 크기의 자국 내수시장을 발판 삼아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빠르게 내수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 집계 결과 4월 중국 휴대전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하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월간 휴대전화 판매가 늘었다. 중국 조선기업들은 4월 기준 중국의 자국 발주물량 비중이 90%에 달했다. 5월 역시 85%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지면서 중국인의 ‘애국 소비’ 성향도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고전했던 스마트폰, TV, 조선 등에서 한국기업들이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생산중단과 유통차질을 겪으면서 판매가 부진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 정도에 따라 하반기 다시 1위 자리 탈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스마트폰은 월간 판매량에서 삼성이 화웨이에 추월당하기는 했지만, 올해 1분기 전체로는 삼성의 판매량이 5533만3000대(18.5%)로 화웨이 판매량 4249만9000대(14.2%)보다 여전히 많았다. 주요 해외 시장의 코로나19 회복세가 가시화되면 삼성의 점유율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이 생산하는 전기차 ID.3

TV시장도 하반기에 판매량이 늘며 국내 기업의 점유율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가 지난 3월 말 발표한 올해 하반기 TV 예상 출하량은 3분기 5451만 대, 4분기 6690만 대 등 총 1억2141만 대로 상반기 추정치인 8209만 대에 비해 47%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폐쇄됐던 매장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판촉도 강화되고 있다. 또 소비자가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하는 ‘보복 소비’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말까지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도 이어지면서 국내 TV 점유율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조선은 중국이 대부분 자국 내 물량을 확보한 반면, 한국은 100% 글로벌 선주로부터 수주했다는 점이 반등요인이다. 최근 대규모 LNG운반선 물량을 따낸 점도 고려하면 하반기 성적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이 빠른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자국 기업들의 점유율도 높아졌지만, 하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판매와 마케팅이 되살아나면서 다시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며 “다만, 주요 소비 시장의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시장 정상화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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