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진칼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투자’나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해 한진칼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되면 한진그룹의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은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한진칼 주식 보유목적 변경안을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2018년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원칙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이에 한진칼에 대해서는 작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정관변경을 제안했으며, 올해 3월에는 경영권 분쟁 중이던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며 ‘우군’으로 힘을 실어주며 한진칼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또는 일반투자로 변경하려는 것은 한진칼 실적 악화에 따른 수익률 저하, 크게 낮아진 지분율, 계속되는 한진그룹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의 중립성 논란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줄여왔다. 국민연금 한진칼 지분율은 작년 1월 7.3%에서 올해 3월 2.9%로 축소됐다.
주식 보유목적 변경은 수탁위가 먼저 검토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국민연금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식 보유목적 변경과 관련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금위는 지난 5월에도 한진칼 지분율 하락을 이유로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기관투자자가 몇 개월 만에 보유목적을 변경하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보유목적은 ‘경영 참여’로 유지됐다.
재계에서는 ‘우군’이었던 국민연금이 한진칼 경영에 발을 뺀다면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