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OPEC 내 유가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의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은 최근 추가 감산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에 최후통첩을 했다.
WSJ는 사우디의 이런 강경한 자세는 OPEC에 내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사우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가운데 원유 공급을 둘러싸고 러시아와도 몇 달 전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가 유가 폭락이 이어지면서 겨우 감산에 합의해 산유국 간 충돌은 잠잠해진 듯 보였다.
사우디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건 지난달 18일 OPEC 회원국의 화상 회의에서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대표가 구체적인 감산 규모를 약속할 용의가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압둘 아지즈 장관은 사우디가 이 두 나라보다 낮은 가격에 원유를 판매할 의향을 시사, OPEC 간 유가전쟁도 불사할 태세를 보여줬다.
당시 회의 상황을 잘 아는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압둘 아지즈 장관은 두 나라에 “여러분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앙골라와 나이지리아는 가치가 높은 경질유를 주로 중국과 인도에 수출하고 있다.
유가는 4월에 폭락한 이후 반등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4%(0.55달러) 오른 39.82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저유가로 최악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회의에서 아베베 아엠로 셀라시에 IMF 아프리카 담당은 “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 범위에 머문다면 아프리카 산유국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을 맞춘 후 OPEC 내 관계는 갈등 상태에 있다. 앙골라는 지난달 18일 화상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