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장 왜곡 등 영향 우려…자정 노력도 필요"
#서울에 아파트 2채를 소유한 K씨는 네이버의 한 부동산 카페에 "00지역과 00지역에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파트를 팔아야 할 지, 판다면 어떤 지역의 아파트를 팔아야 할 지 고민된다"며 조언을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1
서울에 2채의 집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카페에서 조언을 얻었다는 K씨는 공인중개소에 매수나 매도 문의를 하기 전에는 으레껏 카페에 들러 의견을 묻는다. 특히 최근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정부 대책 탓에 집값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소연을 할 곳도 정보를 얻을 곳도 카페 밖에 없다고 K씨는 말한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그 여느때보다 혼란스럽다. 집값은 오르고 있으나 집을 사야하는 사람도 팔아야 하는 사람도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손을 꼽기도 어려울 정도 수 많은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적용 범위나 시점 등이 모호한 내용도 많아서다.
대책을 쏟아낸 정부도 헷갈려 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정부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들이 향한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무섭게, 때로는 대책이 공식적으로 나오기 전부터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내놓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제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들이다.
현재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관련 카페는 8만개 달한다. 네이버에만 7만 개가 넘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으며 다음은 4700개로 집계된다.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네이버의 경우 회원수가 300만 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네이버에서 운영되는 부동산 관련 카페 중 가장 큰 곳은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278만6380명)이며 이어 부동산스터디(111만9398명), 아름다운내집갖기(90만4612명) 급매물과 반값매매_부동산 창업 상가 교환 토지 농가 전원주택(57만5486명) 등이다.
이들 중 매물정보 공유보다 부동산 정책이나 시장 현황 등의 정보 공유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카페 '부동산스터디'는 정부 대책 발표 때마다 그야말로 '핫스폿'이 된다. 지난 달 '6·17 대책'이 발표된 이후 2주간 부동산스터디 카페의 게시글은 4만1874건, 조회수는 448만5574건에 달했다. 게시글과 조회수 모두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일일 방문객수가 500만을 넘어섰다.
온라인 카페 한 이용자는 "부동산 카페에서는 조금 더 빠르고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요즘처럼 뭐가 뭔지 알기도 어려운 대책들이 쏟아지면 바로 대책 내용과 분석까지 정리돼 올라오기 때문에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신뢰는 '정보력'에서 출발한다. 수천 명, 수만 명이 모여 실시간 매물과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 커뮤니티에 쌓인 그간 정보량은 이미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곳에서 활동하는 운영자나 전문가라 자칭하는 투자 고수, 강사들이 쏟아내는 부동산 정책이나 시장 현황, 전망 등 정보들도 만만치 않다. 이들 중에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밴드 등 채널을 확대,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전 관련 정보를 확보할 정도다. 문제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같은 정보의 재생산 과정에서 과도하고 무분별하게 정보가 확산되면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결과까지 낳았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강도높은 규제를 남발하게 하는 역효과까지 일으켰고 결국 정부도 국민도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시장 자체를 왜곡시키는 경우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단 몇 건의 거래 만으로도 호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 투기를 조장하며 집값 담합을 꾀해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투기를 조장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최근 한 부동산 카페에는 6·17 대책 이후 대응방안에 대한 글을 게재하며 특정 지역의 아파트 브랜드까지 거론하며 매수를 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게시글의 조회수는 1만 건이 넘었으며 구체적인 투자 방법과 시기를 묻는 내용 등의 댓글 수 십여개가 달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의도적이지는 않으나 무분별한 정보가 범람하면서 시장왜곡 현상이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청주 등 일부 지역에서처럼 집값을 올린 투기세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제재를 가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정보공유 과정에 이뤄지는 정보 왜곡이나 가격 담합 등의 행위 자체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