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펙트⑦] 각국, 경기침체 감당 못해 무분별한 부양책 쏟아낼 수도
그러나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후변화 방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후변화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환경 파괴를 불사하는 무분별한 부양책을 쏟아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2차 유행 우려에도 각국이 국경을 열어젖히고 있는 것도 경기침체를 더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 중심의 경제 논리가 환경 및 기후변화 가치를 압도할 여지가 충분하다. 세계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중국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의 생산량 회복에 뛰어들 기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존 아이켄베리 미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교수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국수주의에 빠질 수 있다”면서 “국가 간 경쟁관계가 심화하면서 공통 과제를 위한 연대가 느슨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예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도 있다. 감염 확산 억제를 위해 취한 전략, 즉 경제 봉쇄와 이로 인한 수백만 명의 실직자 발생 방식은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기후변화가 초래할 후폭풍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로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대 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후변화 속도는 이를 앞지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4월과 5월에도 온난화는 계속됐고 6월엔 426개월 연속 지구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높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가속화가 코로나19 같은 신종 질병의 출현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종 감염병 발생 기저에 온도, 강수량 등 기후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세계바이러스네트워크는 “기후변화는 바이러스의 여권”이라면서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확산에 좋은 환경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예측 불가능한 감염병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에볼라, 사스 등 감염병의 75%가 인수공통감염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기후변화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 서식 가능지역과 인구 밀집지역이 만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을 촉진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좀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를 멈춰 세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참신하고 파격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과학자들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에서 억제한다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코로나19 사태를 넘어서는 재앙을 막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경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