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乙들의 전쟁] 청년 체감실업률 사상 최고…‘인국공’ 분노 키웠다

입력 2020-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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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등 신규채용 위축…5월 기준 청년 실업자 42.6만명

첫 직장 '시간제' 비중 점점 커져…"노동 구조개혁 지속 추진해야"

#올해 초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업무를 전담하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요금수납원 공개채용에 4177명이 몰렸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올해 6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1900명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는 것을 두고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청년 실업자(15~29세)는 42만6000명이고 청년 실업률은 10.2%에 달한다. 20대 고용률은 55.7%로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고 단기 아르바이트, 취업 포기자 등을 포함한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3%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2018년 기준 첫 일자리에서 이직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 취업경험자는 62.2%인데 이들의 첫 일자리 근속기간은 점차 감소해 현재는 14개월 수준에 불과했다. 또 청년층 첫 일자리가 전일제인 비중은 2011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고 반대로 시간제인 경우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계약 기간과 근로시간이 짧은 일자리에서 첫 일자리를 경험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실업은 언제부터 심각해졌을까. 학계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도산과 구조조정 등을 겪으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구조 및 경제환경의 변화와 불확실성의 증가로 청년층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신규 구직건수는 0.9% 늘어난 7만8000건, 30대는 3.1% 늘어난 6만8000건에 그쳤다. 40대와 50대는 각각 9.9%, 12.4% 늘었고, 60대도 6.2% 증가했다. 새 직장을 갖는 청년들이 더디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침체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2018년부터 시작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 구직자의 채용문을 더욱 좁혔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고용창출 여력이 저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과보호 등에 따른 고용 경직성이 기업의 신규 채용을 위축시켜 결국 청년 실업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조 정규직들에 대한 지나친 보호로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 즉 이중 구조가 매우 심각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9년 141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노사협력 분야에서 130위, 해고비용 경쟁력 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 경쟁력 102위, 노동시장 51위 등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는 지난해 노동시장 경쟁력이 63개국 중 36위에 그쳤고 2018년에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생산성 분야에서 63개국 중 각각 53위와 63위로 하위권이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과 ‘어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규제 완화, 해고 보호 완화, 신규 수습 기간 연장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로자파견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등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정치권, 기업과 노조가 함께 모여 우리 사회와 청년층의 미래를 위한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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