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방식 놓고 '노노갈등'…본사 직접고용 요구 늘어나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 환경 불안정 용역보다 못해"
“직접고용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차별이다. 누구는 직고용하고 누구는 용역보다 못한 자회사에서 일한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방식인 직접고용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차이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갈등을 넘어 비정규직 간의 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것.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이 된 이들은 고용 보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과 임금, 복지 등 처우 측면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과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회사에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국공 사태 이후 다른 공기업에서도 직고용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 3곳 노동자가 모인 전국공항노동조합은 이달 14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국공처럼 한국공항공사도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과 제주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을 관리하는 공기업이다. 공사는 지난 1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KAC공항서비스, 남부공항서비스, 항공보안파트너스 등 자회사 3곳을 만들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항공보안파트너스 소속 보안검색 요원과 특수경비원 등 전환 인력은 그동안 용역회사에 소속돼 파견직 신분으로 근무해왔다.
노조 측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인천공항공사에 대해 ‘보안검색은 안전업무의 핵심이어서 직고용을 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동일 업무인데 누구는 직고용하고, 누구는 용역보다 못한 자회사에서 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임단협이 진행 중인데 항공보안파트너스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며 “10년을 넘게 일했지만, 아직도 각종 편법으로 만들어진 기본급 186만 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자회사 직원의 임금 및 복지 등 처우 개선을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 노동조합이 모두 참여하는 원하청 노사협의기구를 구성하라”며 공사가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무기한 준법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갈등은 인국공 사태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로공사는 2017년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을 자회사 채용 방식으로 추진했다. 정규직 전환대상 수납원 총 6500명 중 5100명은 지난해 7월 수납업무 전담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 수납원 약 1400명은 지난해 6월 말 계약이 종료돼 집단 해고됐다. 해고된 수납원들은 올해 초까지 217일간 시위·농성을 벌였다. 이후 법원이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고용 형태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자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5월 휴게소·졸음쉼터서 청소원 등으로 근무하는 방식으로 업무 현장에 복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직접고용을 바라보는 기존 정규직 직원과의 ‘노노 갈등’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정원과 인건비, 예산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총액인건비제도’ 적용 대상이다. 기존 정규직은 비정규직 직접고용으로 신규 채용이나 인건비 인상이 제한될 것을 우려한다. 다수 인원이 직고용되면 기존 정규직의 업무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직고용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느라 기존 정규직의 임금 수준 등이 하향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산하 A 기관 정규직 직원은 “우리 회사도 최근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커졌는지 업무 시간 외 근무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한 다른 일부 수당도 줄면서 실질적인 월급이 줄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