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한 건 달콤한 초콜릿이 아니었다고요!”
15년 만에 돌아온 그가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승리, 민주주의의 맛이라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첵스 파맛’이 그 주인공이죠.
2004년 12월, 농심 켈로그에서 자사의 시리얼인 ‘첵스초코’ 홍보를 위해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라는 자그마한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 선거는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색다른 공약을 들고 온 이 사람 아니 이 첵스 때문이었죠.
초콜릿으로만 가득한 첵스에 ‘파’를 넣어주겠다는 ‘차카’의 공약. 유권자들은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차카가 꿈꾸는 새로운 맛을 응원하기 시작했고, 큰표차로 다른 후보자인 체키를 앞섰습니다.
‘첵스 파맛’의 등장을 알리는 순간. 하지만 허무하게도 주최 측인 농심 켈로그에서 “유권자들이 비정상적으로 투표했다”라는 석연치 않은 의혹을 제기하며 차카의 일부 득표를 삭제해버렸습니다.
결국, 15년째 첵스초코 나라의 대통령직을 이어온 체키. 유권자들은 매해 12월이 되면 “부정선거를 규탄한다”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그 때의 차카를 아시나요’라는 글을 통해 민주주의를 부단히도 외쳐왔죠.
그런데 그 15년 독재가 끝나는 날이 오고야 말았는데요. 2020년 7월, 농심 켈로그가 드디어 “미안 미안해”와 “gg”를 외치며 ‘첵스 파맛’의 출시를 알렸습니다.
‘첵스 파맛’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여러 커뮤니티와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어둠의 독재 시절 내내 묵묵히 본연의 맛을 지켜온 ‘차카’의 맛이 과연 어떨지, 궁금증은 날로 더해졌죠.
‘첵스 파맛’은 기존의 초콜릿(코코아 파우더)을 완전히 제외하고 오로지 파(혼합채소파우더)만으로 채운 시리얼인데요. 기존 채소로 만든 여러 스낵이 인기를 끈만큼 ‘첵스 파맛’도 비슷한 허용 범위일 거로 생각했던 유권자들의 예상은 많이 빗나갔습니다.
꽤 강한, 그야말로 ‘파맛만 나는 파맛 시리얼’이었죠.
국내 유일의 펭귄 크리에이터 ‘펭수’도 ‘첵스 파맛’에 도전했는데요. 무려 콩나물국밥에 첵스 파맛을 털어먹는 놀라운 레시피를 선보이기도 했죠. ‘첵스 파맛’을 맛본 펭수는 영혼이 1도 없는 목소리로 “여러분 정말 맛있습니다”만 반복했습니다.
10살 펭수에게 ‘첵스 파맛’은 너무나 격한 어른의 맛이었을까요?
하지만, 힘겹게 등장한 ‘첵스 파맛’ 그 민주주의의 맛을 지키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의지는 뜨거웠습니다.
‘첵스 파맛’과 찰떡인 레시피들을 쏟아냈는데요. 진정으로 ‘첵스 파맛’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인지, 이렇게라도 안 되면 답도 없다는 한탄이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화제성만큼은 단연 최고입니다. 난다 긴다 하는 유튜버들도 저마다의 ‘첵스 파맛’ 레시피에 도전했는데요.
그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레시피는 바로 ‘파전’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다양한데요. ‘첵스 파맛’을 반죽에 부숴 넣기도 하고, 기본 파전 위에 토핑으로 뿌려놓기도 하죠. 어떤 식으로 만들어 먹던 그 결과는 “왜 이게 맛있지?”란 믿을 수 없단 반응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게요… 이게 왜 맛있는 걸까요? 맛본 이들은 그야말로 ‘파전’의 그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쌍 따봉을 높이 치켜들죠.
이외에도 설렁탕, 떡볶이, 김치찌개, 평양냉면, 통삼겹살, 달걀 후라이 등에 들어가 존재감을 내뿜은 ‘첵스 파맛’ 레시피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용기를 칭찬하면서도 “첵스 파맛 선 넘네”라는 경고도 함께 첨부하는 예의를 갖추고 있죠.
‘첵스 파맛’은 팬들의, 팬들에 의해,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팬슈머* 제품’ (*직접 투자 및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입니다. 그만큼 팬들이 이 제품을 가지고 활용하는 방법 또한 그들의 애정인 셈인데요.
팬슈머 제품은 ‘첵스 파맛’ 이전에도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해왔습니다. 네티즌들의 레시피로 탄생한 짜파구리, 진진짜라 뿐 아니라 그때 그 맛을 기억하는 ‘단종 제품’ 재출시로 이어지기도 했죠.
‘첵스 파맛’은 이 열풍을 이어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황당하고 어이없는 ‘병맛 레시피’도 이 색다른 이벤트를 저마다 즐기는 ‘밈’의 일부죠. 이렇게 또 우리는 …쓸데 없이 진지하게 ‘첵스 파맛’의 진정한 승리를 기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