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협력과 시장개방 연계한 새로운 모델…'기업인 이동 종합지원센터' 설치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장개방과 개발 협력을 연계한 연대와 협력의 'K-통상'을 본격 추진한다. 개발도상국과 신개념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필수기업인들의 국경 간 이동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상시기구인 '기업인 이동종합지원센터'도 설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서울 한 호텔에서 경제단체와 기업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통상산업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포스트 코로나 신 통상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코로나 이후 세계 통상질서 변화를 △탈세계화(Deglobalization) △디지털전환(Digitalization) △공급망 재편(Decoupling) 등 '3D'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면서 보호무역은 강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중심 다자체제는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디지털 통상은 확대돼 주도권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해외생산기지의 자국 복귀)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에 발표한 'K-통상전략'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연대와 협력의 통상질서를 만들어나간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교역과 투자를 원활히 하기 위해 국제 공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먼저 필수 기업인에게 입국 특례를 제도화하는 '신속통로'를 현재 중국에서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한다.
필수 기업인의 해외 출국과 국내 입국 관련 어려움을 원스톱으로 지원해주는 '기업인 이동 종합지원센터'도 무역협회 내 설치하기로 했다. 다음 달 발족할 이 센터는 산업부와 무역협회, 대한상의, 코트라 직원 등으로 구성되며 건강 상태 확인서 및 격리면제서 발급 지원, 전세기 운항 협조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국·중국·일본 3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다자차원에서 '팬데믹 프리 패스포트' 제도 도입도 논의할 예정이다.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필수기업인의 이동과 물류·통관을 원활히 하고 무역·투자제한 조치를 최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신개념 'K-FTA'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FTA가 상품양허(개방)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개발협력과 우리 관심 분야 시장 개방을 연계한 새로운 모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남은 잠재적인 FTA 체결 국가는 개도국인데, 기존 방식대로 하면 협상 목표나 관심 분야 등에서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 예컨대, 개도국의 주요 수출품은 농산물인데, 한국은 농산물을 보호하려고 한다"면서 "기존의 시장 접근 방식을 넘어 경제파트너로 접근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즉 우리의 산업발전 경험을 전수하거나 산업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이와 연계해 시장접근 개선과 비관세 장벽 철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인 '통상협력촉진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싱가포르에 이어 아태 지역 중견국들과 디지털 파트너십 협정(DPA)을 체결하는 등 디지털 경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디지털 통상 대응반'을 만들어 디지털 통상규범 관련한 규제 개선 등에 나선다.
아울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연내 타결, 필리핀·캄보디아 FTA 협상 진전 등 신남방·신북방 FTA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외에 보호주의 파고를 넘기 위해 민관합동 '신보호무역 대응반'을 만들고 통상 분석·대응 포털인 'KOTRAS'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날 포럼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신통상전략을 최종 확정, 시행할 방침이다.
포럼에는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진교영 삼성전자 사장, 송호성 기아자동차 송호성 사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수출기업과 경제단체장, 통상전문가 등 19명이 참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 이후 통상질서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K-방역으로 높아진 국제위상을 활용해 연대와 협력의 신통상질서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