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100] 코로나를 잡는 자가 승기 잡는다

입력 2020-07-26 09:18수정 2020-07-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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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책임론 들어 맹공…등 돌린 여론에 고집 꺾은 트럼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코로나19) 환자 수 추이. 2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집계 기준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400만5414명. 출처 블룸버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발병 수개월 만에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통령 선거가 불과 10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글로벌 최다 코로나19 발병국의 오명을 뒤집어쓴 데 이어, 최근까지도 바이러스의 위세가 누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 수 또한 14만 명을 돌파했다. 자연스럽게 코로나19는 이번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됐다.

미국 국민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15일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벌인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코로나19 대응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한다는 답변은 34%로, 격차가 무려 20%포인트나 됐다.

이는 현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 미흡이 대두되고 있는 결과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여기라는 주장을 반복하는가 하면, 마스크 착용에 소홀한 모습으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들자 시기상조라는 전문가의 경고에도 각 주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완화 및 경제 정상화를 압박했다. 검사 탓에 환자 수가 늘어난다면서 검사 속도를 늦추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학교 정상화를 추진하다가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의 경제마저 집어삼키면서 그간 치적으로 삼아 왔던 재임 기간의 경제 호황마저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론은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미국인 10명 가운데 6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ABC방송과 WP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지난 3월 45%에서 5월 53%, 7월 60%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수는 52%로 과반을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뉴욕-뉴욕 호텔 앤드 카지노’ 앞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라스베이거스/AP연합뉴스
대선 라이벌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트럼프 현 행정부의 코로나19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현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을 부각해 대선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지속적인 코로나19 통제 실패’에 대한 성명을 내고 “대통령님, 당신의 무지는 미덕도 힘의 표시도 아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코로나19에 관한 한 여러분은 그의 말을 하나도 믿을 수 없다”면서 “선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14만 명이 숨진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분명한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과 같은 전문가들을 향한 공격을 계속하는 것은 경악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코로나19 대책에는 △전 국민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대규모 검사 및 접촉자 추적 △경제활동 재개의 전국 기준 설정 등이 담겼다. 또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국제적 공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옥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외교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바이든의 취임 첫날,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새로운 국제적 공조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적 동맹에서 발을 뺐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겠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지난 21일 석 달 만에 재개된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는 당시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그건 아마도, 불행하게도 더 나아지기 전에 더 악화할 것”이라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낙관론을 펼쳐왔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발언이다. 특히 지난 19일까지만 하더라도 “결국 나는 옳을 것이고 코로나19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던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태도 변화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고집스럽게 거부했던 마스크에 대해서도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며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일부 주에서는 가을 학기 개학을 몇 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내달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 주요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지난달 27일~이번달 15일 미국 전역 9개 여론조사 평균. 파란색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빨간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후보. 출처 리얼클리어폴리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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