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갈아타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견인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이 틈에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덜 오른 SK하이닉스를 쓸어 담으면서 반도체 업종을 향한 기대는 놓지 않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의 순매수액 상위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8289억 원)로 집계됐다. 반면 순매도액 1위는 삼성전자(2조1373억 원)로 나타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두 종목에서 상반된 투자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개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 이후 삼성전자 매수 열풍을 이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소형주 및 바이오ㆍ2차전지ㆍ인터넷 업종 대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면서 개인의 속을 쓰리게 했다.
분위기는 이달 중순 반전됐다. 돌아온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베팅하면서 주가를 장 중 6만 원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7나노 공정에서 파운드리를 확대하며 외주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커졌고, 하반기 스마트폰 출하 증가 기대감도 나타나며 삼성전자를 향한 눈높이가 높아졌다. 전날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하루 만에 1.3조 원 순매수한 배경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이 되면서 개인은 넉넉한 차익 실현이 가능해졌다. 실제 개인은 올 상반기 삼성전자 주식을 8조362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들이 삼성전자를 매수한 가격의 추정평균가(순매수액/순매수 수량)는 약 5만1150원이다. 최근 주가는 이를 훌쩍 앞서고 있다.
개인은 반도체 대표주로 어깨를 나란히 한 SK하이닉스에 최근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9일 저점 대비 39.48% 올라선 가운데 SK하이닉스는 26.44% 회복하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갈아타기 매수세가 나타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두 반도체 대형주의 투자 매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예정돼 있던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비 투자가 상당 부분 지연될 가능성이 커 공급 감소에 따른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D램의 경우 애초 올 연말까지 삼성전자 평택 2공장에 대한 클린룸 투자가 예정돼 있었지만, 내년 상반기 말로 대거 미뤄졌고, 낸드도 평택 2공장에 예정돼 있던 128단의 투자 시점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D램과 낸드의 설비투자 규모는 상반기 대비 70~80%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설비투자 감소는 연말로 갈수록 ‘반도체 소재와 부품 업체’들의 실적이 둔화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부문 실적 개선 기대감은 더 높아질 것을 의미한다”며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더 매력적인 시점”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