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효과 배제하면 긍정 신호 없어…이미 저점 찍었다면 반등이 너무 미약
경기침체 장기화만큼 큰 걱정거리는 향후 경기회복 속도 지연이다. 가까스로 반등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정상궤도로 복귀하지 못하면, 침체 상황이 곧 일상이 돼서다.
최근 경기지표에선 긍정적인 면을 찾기 어렵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8월 전망치는 81.6을 기록했다. 지난달(73.7) 대비 7.9포인트(P) 높지만, 여전히 기준선을 밑도는 수준이다. 7월 실적치 역시 84.2로 63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 머물며 부진을 이어갔다.
8월 전망치 부문별로는 내수(82.7), 수출(83.0), 투자(83.3), 자금(88.3), 재고(105.6), 고용(88.0), 채산성(85.1)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미만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90.5) 체감 경기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18.1P)했으나 제조업(74.9)의 상승 폭은 0.1P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한경연은 제조업 경기회복 경로가 과거 금융위기 때 보였던 ‘V자’가 아닌 ‘나이키’ 로고형을 따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제조업 전망치는 최저점 기록 후 3개월간 각각 월평균 11.9P, 7.3P 상승했으나 이번엔 5.4P 상승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4~5월엔 확실히 좋지 못했고, 지금도 회복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외수요 위축에 따른 제조업 부진이다. 정 실장은 “자동차 산업만 봐도 내수판매는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수출은 큰 폭으로 줄었다”며 “6월 수출도 일평균으론 안 좋은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으로 접어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 등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재정을 많이 풀어서 단기적으로는 체감 충격이 과거보다 덜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상황이 지속한다면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반영되면서 상당히 어려워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건 세계적인 코로나19 안정”이라며 “백신 등이 개발되면 과거보단 이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한경연의 진단처럼 경기지표가 이미 저점을 찍었고, 지금이 회복기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경기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다. 급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반등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뤄졌는데, 문제는 속도”라며 “원래의 생산, 소득수준까지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 측면에서 과거보다 강하게 정책을 폈기 때문에 소비가 회복되긴 했는데, 이게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정리되고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여기에 우리나라는 대외수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내 상황이 일정 부분 정리된다고 해도 전반적인 경기를 억지로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뚜렷한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대외수요 위축은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매달리기보단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가령 제조업은 코로나19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비용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노동비용 절감, 규제 완화 등 경영여건만 개선해줘도 기업들 입장에선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