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지출 34조 국내 소비로 유턴할듯...백화점 상반기 매출 14.2% 하락에도 명품 9.2% 상승
# 40대 주부 이모 씨는 올해 바캉스 여행을 건너뛰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잦은 휴원으로 학원 진도가 미뤄져 자녀들의 보충수업이 있는 데다 해외 입국시 2주 격리 등을 고려하니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휴가비를 아껴 생긴 여유자금으로 평소 사고 싶었던 명품 가방을 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과 야외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는 올여름 ‘홈캉스(Homecance)’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가 바캉스 대신 쇼핑을 즐기려는 소비자들 잡기에 나섰다.
30일 최근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72.3%가 ‘여행 대신 홈캉스를 즐길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84.2%)가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더위와 피로감’으로 ‘집콕’ 휴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어느 때보다 홈캉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휴가 시즌 여행 대신 쇼핑을 즐길 소비자가 늘 것으로 예상돼 유통업계가 손님맞이에 나섰다. 통상 여름철은 대다수 고객들이 쇼핑 대신 국내외로 휴가 여행을 떠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자금이 쇼핑으로 쏠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외 소비지출이 34조 원에 육박했던 만큼 해외 소비의 유턴 효과가 고스란히 국내 유통업체의 몫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과 대체재 관계인 사치성 소비재 판매가 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백화점 매출이 전년보다 14.2%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도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은 9.2%로 오르며 선방했다. 명품 매출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4% 수준에서 올 6월 29.8%로 확대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서는 7~8월엔 럭셔리 카테고리 매출이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은 31일부터 내달 14일까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의 가방, 의류 등 올 가을·겨울 남성 장르 전 상품을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 팝업을 통해 선보이기로 했다. 이번 팝업은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의 디렉터 버질 아블로가 국내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팝업 스토어다.
신세계는 작년 7월 아시아 최초로 강남점 5개층에서 루이 비통의 가방, 의류, 주얼리, 향수 등 전 장르의 신상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팝업을 연 데 이어, 지난달 4일부터 21일까지는 샤넬을 대표하는 시계인 ‘J12’ 론칭 20주년을 맞이해 행사를 진행하는 등 아시아 최고의 명품 백화점으로 도약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명품 백화점의 대명사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휴가철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통상 백화점들은 여름 시즌을 ‘매출 비수기’로 여기고, 영업 행사 외 별도의 고객 휴게 시설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갤러리아는 명품관과 광교점, 센터시티점에 여름 휴양지 등 다양한 콘셉트의 휴게 공간을 마련해 고객 발걸음을 이끈다는 계산이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은 이달말 웨스트 5층 테라스에 가구 브랜드 ‘까사 알레시스’와 협업해 휴양지 콘셉트 휴게 공간 ‘더 루프탑 바이 갤러리아’를 오픈했다. 광교점에서는 고층에서 도심뷰와 호수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천안에 위치한 센터시티에서는 내달 25일까지 9층 아트홀G를 ‘도심 속 시원한 휴식처’ 테마로 꾸몄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은 31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전점에서 여름 휴가족을 위한 ‘바캉스 쇼핑 위크’를 개최해 고객 몰이에 나선다.
여주점에서는 란스미어와 띠어리, 르베이지를 전 품목을 최초 정상 판매가 대비 최고 70% 할인하고, 파주점에서는 템퍼 전 사이즈 상품을 최초 정상 판매가 대비 35% 싸게 팔고 까사미아 소품도 최고 80% 할인한다. 부산점에서는 이자벨마랑과 이세이미야케·플리츠플리츠 등의 올 여름 상품을 50% 할인하고, 띠어리와 띠어리 맨도 올해 출시 상품을 60% 저렴하게 내놓는다.
명품 전문 이커머스 머스트잇도 9월 말까지 ‘쇼핑 바캉스’ 기획전을 열어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프라다, 샤넬,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의 총 348개 아이템을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한다. 메종마르지엘라의 더블 폭스헤드 반팔 티셔츠는 23%, 메종마르지엘라의 독일군 스니커즈는 41% 싸게 팔고, 발렌시아가의 스피드러너 스니커즈는 8% 할인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여행의 경쟁자로 명품 수요가 떠오르는 추세”라면서 “코로나19로 억눌린 휴가철 소비심리가 명품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