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모펀드,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공모’펀드…조직적 세력이 서민 고혈 빼먹어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서울 송파구갑)은 라임·옵티머스 등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2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폐지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번 사태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단 설명이다. 법무부는 1월 검찰 직제개편을 시행하면서 검찰 직접수사부서 13곳을 폐지하면서 합수단도 폐지 대상에 올렸다. 합수단은 주로 금융권에서 저질러지는 대형 금융범죄 등을 전담 수사해온 ‘금융수사’ 전문 부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형 금융범죄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드라마로도 방영됐던 ‘검사내전’의 저자이기도 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을 ‘사기극’으로 규정한 인물 중 하나다.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검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대검찰청에서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2월 새로운보수당(미래통합당 전신)에 영입될 당시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은 사기꾼 때려잡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사기공화국’의 최정점에 있는 이 ‘사기 카르텔’을 때려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가 몸담은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에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 의원은 이번 사모펀드 사태를 ‘제2의 바다이야기’라고 규정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오락실 경품으로 상품권(유사화폐)이 배출되고 이를 현금화하면서 연간 100만 명의 국민이 여기에 매달리게 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조(兆) 단위의 서민 자금이 증발했고, 사행성 게임기의 허가 과정에서 무수한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단 한 명의 유력 정치인도 사법처리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금 사태로 봐서는 우리나라의 사모펀드는 일종의 공모펀드”라며 “증권사와 은행이 저위험·저이윤을 추구하는 고령자를 상대로 이를 공격적으로 판매해 피해자가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가 자기 판단과 책임하에 자본을 출자해 기업이나 채권,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보는 펀드다. 본래 ‘하이 리스크(High Risk·고위험) 하이 리턴(High Return·고수익)’ 상품으로 위험과 수익은 비례한다는 투자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대표 상품이다. 그러나 정작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많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특위는 이번 사모펀드 사태는 다른 사기 사건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력층이 개입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사건이란 의혹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모펀드의 사고 원인이 운용사의 단순 도덕적 해이가 아닐 것이란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어디에나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는 게 권력자들”이라며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경우 스스로 이번 정권의 최고 실력자라는 사람들과의 친분을 계속해서 광고하고 다니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일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언론을 통해 나왔고, 2018년 3월 22일부터 진행된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행사에 따라간 것이 보도돼 논란이 됐다. 또 2006년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당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와 함께 평양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권 비호설’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70억 원대의 횡령, 상해, 조세 포탈 혐의, 성폭행 혐의 등 5개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가도 출국 금지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부분에서 김 의원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는 “우연의 일치라면 더 문제다. 우리나라 경호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의 동선을 일개 개인이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표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다니는 행사장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뿐만 아니라 고문단, 실제 바지사장, 오너, 청와대 행정관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권력층이 연루된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사모펀드들이 투자했던 회사들을 보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정책들을 호재로 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예를 들면 소재·부품·장치라든지, 태양광이라든지, 재생에너지라든지 이런 것들을 호재로 삼다가 주가를 확 끌어올린 다음 이른바 ‘작주’, 작전주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부분 마치 짠 것처럼 문재인 정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그런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는 돈이 모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불과하다”며 “이 돈은 어디론가 최종적으로 사라지고 있으며 그게 어디로 사라지는지 밝히는 것이 특위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과 두 달 전 ‘제2의 라임사태’를 막기 위해 재발방치 대책을 내놨던 금감원에 대해 김 의원은 “잘못된 점을 지적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오히려 금융 사기란 것을 알아차리기 쉽다. 상품 설명서만 보더라도 매출 기관에 ‘이 정도도 없나’라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었다”며 책임론을 꺼냈다. 김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에서 마지막으로 투자된 회사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수사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금감원이 어떻게 금융사건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프랑스는 은밀히 이뤄지는 금융범죄에 대해선 금융경제수사부를 만든 데다 국가 금융 검찰을 설치해 전문성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또 즉각적 발본색원을 위한 법적 제도로는 피의자가 돈이 들어온 통로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돈의 출처를 바로 불법으로 간주하고 자산을 몰수해 버리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돈의 출처를 검찰이 입증하는 것과 반대 사례다. 그는 “프랑스는 금융 범죄는 ‘걸리면 죽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금융 범죄에 대해 1년에 3000건 이상을 직접 수사하며 법정형도 150년이라 했다. 해외에선 검찰의 직접 수사 경우는 권력형 범죄가 금융형 범죄인데 우리나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검찰 합수단을 폐지한 시점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그는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금융 범죄는 점점 더 악랄해지고 교묘해지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대형금융범죄 수사를 검찰이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전문적으로 금융범죄를 다룰 수 있는 수사기구가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이에 대한 통계만 내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