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빨라지며 미쳐가는데, 우린 멈추지도 생각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다가올 재앙으로 질주하기만 해요. 이다음은 뭘까요?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멈추는 날이 오긴 할까요?" - 이어즈&이어즈 2화, 미국의 핵 투하를 목격한 정치운동가 '이디스 라이언'의 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다시 한번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중국과의 출구 없는 갈등을 이어나간다. 끝없는 갈등 끝에 트럼프는 '홍샤다오'라는 중국의 인공섬에 핵을 떨어뜨린다. 무역 분쟁이 전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결과는 중국의 항복이다.
한쪽이 백기를 들어 세계는 잠시 평화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평화는커녕 세계정세는 격랑 속에 빠진다. 푸틴은 종신 대통령이 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각국에서 트럼프처럼 갈등을 먹고 자란 포퓰리즘 정치인이 등장한다. 마치 핵 투하 이후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처럼 불안과 광기가 이어진다. 영국 BBC와 미국 드라마 명가 HBO가 제작한 '이어즈&이어즈'(Years&years, 2019)다.
◇불안한 국제 정세는 어떻게 우리 삶을 무너뜨리는가?
백악관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가 전개될 것 같지만, '이어즈&이어즈'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영국의 평범한 라이언 가족이다. 드라마는 망가진 정치와 국제 정세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주목한다. △미·중 갈등 △지구 온난화 △난민 문제 △포퓰리즘 등 각종 문제가 숨 가쁘게 펼쳐지며, 흔들리는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라이언 가족의 장남 스티븐은 런던의 잘나가는 금융맨이었다. 하지만 '홍샤다오 사태' 이후 미국의 금융 회사들이 영국을 떠나면서 일자리를 잃는다. 영국이 질주하는 트럼프의 미국을 견제하려 꺼낸 카드에 역풍을 맞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증시 폭락으로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이 일어나 스티븐은 전 재산을 잃는다. 회계사였던 스티븐의 아내는 회계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AI)이 나와 일자리를 잃고 만다.
◇미·중 갈등 속 불안한 영국의 미래…한국은?
'이어즈&이어즈'가 그리는 디스토피아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미·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두 나라의 갈등은 커다란 위협이다. 문화콘텐츠 업계가 한한령으로 피해를 본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수출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미·중 갈등까지 겹쳐지며 현재 한국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미·중 무역 갈등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같은 '미국 우선주의'는 아니더라도, 바이든이 동맹국 강화에 나선다면 우리에게 미국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를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4년 전 아무도 예상 못 한 것처럼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다. 3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를 이유로 대선 연기를 주장했다.
◇갈등과 광기의 디스토피아 속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극 초반 포퓰리즘 정치인 '비비언 룩'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신경 ○도 안 씁니다."(I don’t give a f○○k) 먼 나라 분쟁은 내 알 바 아니고, 우리 집 쓰레기만 매주 수거되면 상관없다는 비비언은 결국 총리 자리까지 오른다. 물론 포퓰리즘 총리가 가져온 영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우리 이웃과 세계 문제에 눈감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를 통해 세상의 거대한 흐름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배웠다. 어떤 이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손꼽힌다. 우리가 그동안 눈감아 왔던 문제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잃게 한 것이다.
'이어즈&이어즈' 속의 디스토피아는 2020년 지금 우리의 현실보다 나아 보인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적어도 답답한 마스크는 쓰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계가 이미 디스토피아다. 오늘의 디스토피아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늘의 문제에 눈 감지 않고 귀 기울이는 것이다. 당장 먼 나라 이야기더라도, 지루한 정치 이야기일지라도. 소중한 일상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